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전경. <삼성엔지니어링>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건설업계에 때 아닌 이사 바람이 불고 있다. 정든 터를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 임대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이 강하지만, 구체적인 사연을 들어보면 저마다의 속사정은 다르다.

◇ 상일동 시대 연 삼성물산… 사옥 판 금호산업 이전설도 솔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본격적인 상일동 시대를 열었다. 이달 중순부터 시작된 사옥 이전 작업이 지난 26일 마무리 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전을 완료해 모든 직원들이 상일동으로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일동 사옥은 한 식구인 삼성엔지니어링 소유로 삼성물산은 이 중 한 개 동을 임차한다.

삼성물산이 2년간의 판교 생활을 접고 서울 강동구 상일동을 택한 건 경영효율화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앞서 삼성물산은 판교 사옥 임차료가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임차료보다 저렴해 이전을 계획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두 건물의 임대비용은 두 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 간 합병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업계에서는 사업부문이 겹치는 삼성물산과 엔지니어링의 합병설이 끊이지 않았는데, 공교롭게도 두 회사가 동거에 들어가자 합병설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여의도 전경련 회관 일부를 사용 중인 한화건설도 이전설이 나돈다. 2014년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가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여의도 생활을 시작한 한화건설은 2020년 임대차 기간이 만료된다. 이에 4년째 리모델링 중인 한화빌딩 준공 후 이곳으로 재이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건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금호산업도 이전설에 휩싸였다. 최근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광화문 사옥을 독일 자산운용사인 도이치자산운용에 매각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으면서, 이전설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 16~19층까지 4개 층을 이용 중이다.

일각에서는 세일즈앤 리스백(매각 후 임대) 방식으로 현재 위치에 잔존하게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건물 가격을 책정하기 위한 실사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인 만큼 이전 가능성도 열려있다.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대우건설 사옥으로 이전할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때마침 대우건설 신문로 사옥이 오는 12월 임대차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어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매각 실패 후유증’… 서울에 남느냐 마느냐 기로에 선 대우건설

실제 대우건설 사옥으로 이전이 이뤄진다면 금호아시아나는 10년 만에 옛집으로 복귀하는 셈이 된다. 이곳은 금호아시아나가 2001년부터 광화문 시대를 시작한 ‘유서깊은’ 장소로 약 7년간 정이 들었던 곳이다. 대우건설 광화문 사옥의 주인 역시 도이치자산운용이라는 건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대우건설은 서울 잔류설과 송도 이전설이 상충하고 있다. 당초에는 내년 초 준공 예정인 을지로 세운지구의 ‘써밋타워’가 새 둥지로 유력했지만, 매각 불발 후 송도 이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대우건설이 연간 100억원을 대납하고 있는 송도IBS로 이전해 비용을 절감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 8월 준공된 송도IBS타워는 원활히 임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책임임대차준공 계약을 맺은 대우건설이 임대료를 대신 지불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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