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하이오주 대중연설에서 한미FTA와 북미협상 연계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한미 FTA 협상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협상과 연계를 시사하는 돌출발언이 나왔다. 양국이 합의한 협상을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각) 오하오주 대중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 개정 합의를) 북한과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매우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불과 하루 전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과 한국 노동자들을 위한 위대한 합의”라며 “이제 안보 관계에 집중하자”고 적었던 내용을 하루 만에 뒤집은 셈이다.

◇ 트럼프, 한미FTA와 북미협상 연계 발언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즉흥적으로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FTA 언급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들이 당황했다고 전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연설에서 준비된 원고 외에 돌출발언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또한 두 가지 사안을 연계해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놀라운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사안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원하는지 불분명하다는 게 문제다. 이에 국내 안팎에서도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방점을 찍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협상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이른바 ‘리비아식’ 협상에 한국이 동참해야 하고 실패할 경우 책임도 같이 져야할 것이라는 경고라는 것이다.

한미FTA 협상 주요내용 <뉴시스>

반면 한미FTA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는 상반된 해석도 나온다. 즉 한국 정부의 의도대로 북한과 협상을 하는 대신 한미FTA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AP 통신은 “북미 협상과 한미FTA를 연계해 미국이 더 유리한 무역조건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 한국에 유리한 FTA협상결과로 해석가능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확인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이번 한미FTA 협상결과가 한국 측이 바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어떤 분석과 전망이라도, 이번 한미FTA 협상이 한국에 유리하며 최종타결을 원할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 분야를 일부 양보했지만 농산물 추가개방과 철강관세부과를 막았다는 점에서 우리 측은 한미FTA 협상결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도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협상의 성과를 도출하려는 의지가 크다는 것이 확인된다. 한미FTA를 지렛대 삼아 우리 측을 압박하는 것 자체가 북미협상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진의 파악에 나섰다. 30일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백악관으로부터 추가적인 설명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백악관의 입장표명을 기대하기도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며, 상황을 지켜보며 진의를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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