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2일 오전 신안그룹 본사 회장실 점거한 노조에 오는 4일 논의 제의

호텔리베라유성 노동조합이 2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신안그룹 본사 20층 화장실에서 호텔리베라유성의 제3자 매각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쳐보이고 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올해 1월 폐업된 호텔리베라유성 노동조합이 폐업 철회를 촉구하며 신안그룹 본사 20층 회장실을 점거하다 3시간여 만에 철수했다. 취재 결과 사측은 노조가 요구한 박순석 회장과의 면담 대신 오는 4일 관련 논의를 위한 만남을 약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신안그룹 측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폐업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 노조, 4일 만남 약속에 일단 철수... 그룹 입장 귀추

지난해 갑작스럽게 폐업을 통보받은 호텔리베라유성 노동조합이 2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신안그룹 본사 20층 회장실을 점거하며 박순석 회장의 면담을 요구했다. 호텔리베라는 1997년 IMF 당시 우성그룹의 부도로 신안그룹이 리베라서울과 유성을 인수해 운영해왔다.

신안그룹은 2004년에도 호텔을 폐업한 바 있다. 이후 ‘위장폐업’이 인정되면서 2006년 9월 노사합의를 통해 재개관했지만 지난해 7월 신안그룹은 다시 폐업을 선언했다. 사측은 폐업 이유로 경영상 이유를 들고 있지만 노조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호텔리베라유성은 25개 계열사를 소유한 신안그룹의 한 계열사로, 2016년 130여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적자 중 감가상각비를 제외하면 적자는 8억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2018년 7억원, 2019년 10억원, 2020년에는 14억원의 영업이익이 추정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노조는 폐업이 아닌 제3자 매각을 촉구하며 호텔 폐업 철회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신안그룹 측은 지난주 철거업체를 선정하고 이달 둘째주 철거에 돌입할 방침이다. 노조는 2004년에 이어 이번 폐업 역시 노조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지난해 7월 폐업을 선언하면서 호봉제를 폐지하고 연봉제 전환, 휴가 축소 등을 요구해 폐업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모두 수용했다”면서 “그러자 또 다시 임금피크제 시행, 취업규칙 일방 개정 등의 요구를 해오며 노조 무력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결국 노조는 신안그룹 본사 회장실을 점거하며 박순석 회장 면담과 제3자 매각을 요구하며 대형 현수막을 건물 외벽에 걸었다. 그러나 오는 4일 사측과의 면담 날짜가 잡히면서 3시간 만인 오후 12시쯤 화장실 점거가 종료됐다.

김희준 호텔리베라 노동조합 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오늘 이진철 총괄사장(리베라컨트리클럽 대표이사)과의 짧은 면담을 통해 내일 모레 다시 만나기로 했다”면서도 “사측은 여전히 폐업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우리가 주장하는 제3자 매각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할 것 같다”면서 “하지만 일단 만남을 약속했으니 철수하기로 했다. 박순석 회장은 현재 병원에 있어 만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호텔 철거만을 막기 위해 이날 본사 화장실을 점거한 것”이라며 “정말로 경영상 문제라면 돈을 들여 폐업비용을 지불할 것이 아니라 매각을 해서 돈을 받는 것이 이득이다. 4일날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듣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호텔리베라유성 노동조합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들이 신안그룹 본사 앞에서 호텔 폐업을 규탄하고 매각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 “공적자금 투입된 호텔리베라, 일방적 폐업 안 돼”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30여개 지역단체들은 노조와 함께 호텔리베라를 살리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호텔리베라의 폐업으로 108명의 직원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린 것은 물론 지역 경제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호텔리베라는 IMF 시기 공적자금 700억원을 투자해 신안그룹에 인수된 만큼 지역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대책위가 일주일간 호텔 주변 상가 212곳을 대상으로 ‘폐업 후 경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91%가 ‘호텔 폐업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6개월 내 폐업 또는 업종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도 48.6%였다. 또한 126곳은 매출 감소로 인해 종업원을 해고하는 등 지역 경제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3월 5일 송대윤 대전시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전시 매입 후 공영개발 추진’을 내용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송 시의원은 “2004년에 이어 2017년 또 다시 호텔을 폐업한 신안그룹 측은 이후 제3자 매각과 같은 향후 대책을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대전시가 매입하면 컨벤션 산업 활성화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성인 서비스산업노조연맹 대전세종충청지역 사무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진철 총괄사장이 박 회장에게 오늘 일을 보고했으리라 믿는다”면서 “희망적인 답변을 기대하고 있지만 만나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신안그룹은 호텔리베라의 폐업 철회 여부 및 4일 면담과 관련해 “(호텔리베라유성은)10년간 심각한 적자를 겪은 곳이기 때문에 경영상 판단에 따라 폐업을 결정한 것”이라며 “4일 면담에서도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매각을 요구하고 있지만, 매각의 가치가 있는지 여부 또한 고려해서 폐업을 결정한 것이다. 대전시에서도 매입·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아직 면담이 열리지 않은 만큼 현 단계에서는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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