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주요현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소관부처가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만기친람식 국정운영이 발단으로 판단된다. 만기친람식 국정운영은 신속하고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소관부처의 형해화와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간소한 의사결정에 따른 ‘오판’의 위험이 크다.

이와 관련해 최근 논란이 된 것이 가나 해역 피랍사건이다. 외교부는 피랍선원들의 안전을 위해 관례대로 보도유예를 설정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엠바고가 해제됐고, 직후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해부대를 급파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청와대가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일방적으로 외교부의 방침을 변경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련기사 : 가나 피랍사건, 외교부의 아리송한 엠바고 해제>

◇ 청와대, 송영무 건너뛰고 합참에 파견 지시했나

문무대왕함 가나해역 급파와 관련, 청와대가 송영무 장관이 아닌 합참에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시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우리 군을 (사고해역에) 파견해 압박하면 협상에서 더 유리하고 피랍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고 (문재인 대통령은) 판단했다”며 “대통령의 판단을 (전달해) 외교부와 협의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부와 협의를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없지 않다.

청와대가 청해부대를 급파하는 과정에서 국방부를 거치지 않고, 합동참모본부에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UAE 순방을 마치고 온 문재인 대통령이 청해부대 급파를 지시했고, 정의용 안보실장은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을 통해 정경두 합참의장에게 문무대왕함의 이동을 명령했다는 것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는 사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국군조직법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합참의장 등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송영무 장관을 건너뛰고 합참의장에게 지시를 내렸다면, 이는 국방부 장관의 법적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 문무일 “검경수사권 조정 진행상황, 연락받지 못했다”

또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 협의에는 검찰이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핵심은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등을 어떻게 분산하느냐다. 따라서 검찰 내 비판여론을 잠재우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다. 그러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주도의 협의과정에서 검찰출신들이 빠지면서 이른바 ‘검찰 패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따른 검찰 내부의 불편한 심기는 지난 달 29일 열린 문무일 검찰총장의 기자간담회에서도 확인됐다.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자치경찰제 우선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문무일 총장은 ‘수사지휘권’ 등과 관련해서는 “논의가 어떻게 되는지 공식적으로 연락받은 게 없다”며 “구체적인 경과를 알지 못한다”고 했었다.

논란이 커지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일 문 총장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 ‘검찰 패싱’이 불거지고 나서야 뒤늦게 수습에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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