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린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시민단체와 직업병 피해자 유족들이 삼성의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는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삼성전자 협력업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故) 김기철 씨가 산재를 인정받았다. 이번 건은 근로복지공단이 법원의 조정권고를 수용하면서 직업병이 인정된 첫 사례다.

9일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고 김기철 씨가 2015년 2월 4일 제기한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근로복지공단 측에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는 조정 권고를 지난 2월 26일 내렸다.

법원은 “첨단산업분야의 특성과 관련해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의 정도를 특정할 수 없는 어려움과 증거신청 회신 지연에 따라 소송이 장기화됐다”면서 “유족인 원고들이 겪었을 어려움 등을 고려해 법률관계가 조속히 확정될 수 있도록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와 원고의 소 취하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은 조정권고를 수용,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하고 지난 3월 30일 요양승인 처분을 했다.

김기철 씨는 만 21세이던 2006년 11월30일 삼성전자 협렵업체 크린팩토메이션(주)에 입사해 5년 10개월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OHT 설비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했다. 김씨는 2012년 9월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자 같은해 10월 산재보상 신청을 했지만 공단은 2014년 3월4일 “유해물질 노출량이 높다는 증거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는 다시 2015년 2월4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의 자료 은폐가 더욱 노골화됐다. 삼성 측은 재판부의 자료 제출 요구해도 1년6개월 동안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결국 재판부가 문서제출 명령을 내리려하자 “자료가 없다”거나 영업비밀을 이유로 거부했다.

고용노동부와 산하기관인 경기지청, 안전보건공단도 김씨의 작업환경 자료들을 제출하지 않았다. 특히 화성사업장 작업환경측정 경과 보고서에 대해 재판부의 문서제출 명령이 있었음에도 주요 내용을 삭제해 제출했다. 그 사이 김씨는 지난해 1월14일 만 31세 나이로 사망했다.

한편 최근 이같은 논란이 대전지방법원에 의해 종식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전고법은 지난 2월1일 “작업환경보고서 내용이 삼성전자의 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설령 일부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사업장의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