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지낼 당시 비서관을 지낸 김유찬 씨는 <이명박 리포트>를 출간하며 비리를 폭로했다. 그는 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소를 지켜보며 “뿌린 대로 거둔다”고 말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구속 기소를 지켜본 전직 비서관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을 떠올렸다. MB의 주장대로 정치보복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니라 “평소에 뿌린 그대로 거둔 것”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발버둥 친다고 장기간 국민을 대상으로 기망한 온갖 죄와 허물이 합리화되고 덮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중·자숙하며 통렬하게 반성”할 때라는 것. MB에게 “진심으로 참회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빌라”고 말했다. 

MB에게 쓴소리를 건넨 전직 비서관은 김유찬 씨다. 그는 1995년 14대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내던 MB와 인연을 맺은 뒤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종로구에 출마한 MB의 선거기획 업무를 전담했다. 하지만 MB의 당선 이후 결별했다.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된 것은 2007년 책 <이명박 리포트>를 출간하면서부터다.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옥고까지 치렀다. 한때 행방불명 얘기까지 나올 만큼 몸을 숨기기도 했다. 김유찬 씨가 9일 세계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 응한 것도 어려운 결정이었다.

김유찬 씨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15대 총선 때다. 당시 대부기공으로 불린 다스에서 매일같이 돈다발을 실어 나른 사실을 증언했다. MB와 다스의 중간다리 역할은 김재정 씨였다. 그는 김윤옥 여사의 남동생이자 다스의 사장이었다. 김유찬 씨는 “당시 돈으로 종로 선거에 약 60억원 정도는 족히 썼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종로 선거는 전형적인 금권선거로, 돈으로 유권자를 샀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유찬 씨는 “이런 날이 올 줄 예견했다”고 말했다.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서도 “당시 MB 것이라는 건 참모들 사이에서는 비밀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형 회사라면 아무리 친동생이라도 자기 마음대로 회삿돈을 마구 가져다 선거판에 쓸 수 있겠는가” 반문하며 “권영옥 씨가 사석에서 ‘내 동생이 정말 다스의 대주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푸념처럼 이야기한 적이 많다”고 덧붙였다. 권영옥 씨는 김재정 씨의 부인 권영미 씨의 오빠다.

이와 함께 김유찬 씨는 MB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 애도하고 눈물로 용서를 빌라”고 말했다. 그것이 “기망당한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믿었다. 그는 “저 세상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진정어린 사과라면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그래야 그를 그리워하는 많은 국민들의 아픔도 치유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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