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측 예술단 공연장을 방문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교한 대북협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12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세종연구소가 주최한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전략’ 포럼 첫 장에서는 이 같은 의미에서 ‘북한의 대남·대외 정책 전환과 김정은 리더십 재평가’ 주제로 발제가 있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의 대북 정보 통제와 조작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인식은 매우 편향돼 있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이 매우 미숙하고 포악한 지도자라는 부정적인 인상만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에서 당과 경제 엘리트, 군부의 영향력은 대폭 축소됐으며 중국식 경제개혁이 상당히 진척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게 정 실장의 판단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해 객관적인 재평가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정 실장이 김 위원장의 재평가를 위한 주목한 대목은 ▲공포정치 의존여부 ▲정책결정방식 ▲인사 ▲핵개발 접근방식 등 4가지 항목이다. ‘공포정치’ 이미지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1인 독제체제 강화를 위해 김정일 영결식에 영구차를 호위했던 이른바 ‘운구차 7인방’을 숙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 실장에 따르면, 군부 개혁과정이나 비위 의혹이 있었고 일부는 노령화에 따른 은퇴였다. 고모부였던 장성택의 경우 종파행위와 여성들과의 부당한 관계가 숙청된 원인이었다.

또한 김 위원장의 즉흥적 결정에 의해 김정일 시대보다 더 많은 간부들이 숙청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 실장에 의하면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권력승계 시기였던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숙청된 간부들은 적어도 2천 명이 넘었던 데 반해, 김정은 시대에 숙청된 간부들의 숫자는 2016년 기준 140여명 정도라는 것이다.

북한의 의사결정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비서들의 보고를 듣고 결정을 내리는 것을 선호했던 김정일 시대에는 비서국이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매년 1회 이상 당중앙위 정치국 회의를 통해 중요정책들이 발표되는 등 중심이 정치국으로 옮겨왔다. 이는 “집단적 정책결정기구 및 핵심 간부들과의 소통을 김 위원장이 더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사스타일은 ‘농구감독’으로 비유됐다.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충성심이 확인된 고위 간부에 대해서는 사망할 때까지 직책을 보장했으나, 김정은 위원장은 업무능력과 태도에 따라 지위를 수시로 변경하는 실용적인 스타일로 파악됐다. 또한 군의 경우 40%가 대폭 교체됐는데,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고령화된 북한군 상층부를 개혁하고 세대교체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군부의 위상이 낮아진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청신호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정 실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새로운 안전보장장치가 마련되고 경제부흥의 계기가 마련된다면 김 위원장이 핵 포기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도 미국의 대북포용정책과 북미수교가 필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빠르면 2019년 여름, 늦어도 미국 대선 직전인 2020년 여름까지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완전히 폐기하고, 미국도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며,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를 전면 해제하고, 남․북․미․중이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데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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