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라이벌 조세 무리뉴(왼쪽)와 펩 과르디올라.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펩 과르디올라와 조세 무리뉴. 두 사람은 세계축구계 최고의 명장이자 최대 라이벌로 꼽힌다. 자신감 넘치는 언행과 거침없이 성공가도를 달린 점은 같지만, 전술적 성향이나 걸어온 길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특히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라이벌 구단 감독으로 서로를 마주하며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두 사람이 처음부터 대립 점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무리뉴가 바르셀로나 코치로 활동하던 시절,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의 핵심 선수였다. 이 시절, 나란히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두 사람의 사진은 오늘날 모습을 상상할 수 없게 한다.

감독으로서 두 사람의 첫 맞대결은 2009-10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이었다. 당시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를, 무리뉴는 인터밀란을 이끌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경기 전부터 흥미진진한 설전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결과는 무리뉴의 승. 무리뉴는 1차전 3대1 승리를 바탕으로 바르셀로나를 꺾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으며, 이후 우승까지 차지했다.

전 세계 축구팬들을 흥분하게 만든 두 명장의 맞대결은 이후 좀 더 자주 벌어지게 된다.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에게 2년 연속 리그 패권을 내준 레알 마드리드가 그들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겼던 무리뉴를 전격 영입한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처음으로 같은 리그, 그것도 첨예한 라이벌 구단을 나란히 맡게 됐다.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와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는 이후 2년간 무려 11차례 맞붙었다. 결과는 과르디올라의 압승이었다. 과르디올라는 5승 4무 2패를 기록하며 무리뉴에 대한 복수에 성공했다. 또한 2011-12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컵도 바르셀로나 차지였다.

다만, 무리뉴는 2012-13시즌 압도적인 기세로 우승컵을 빼앗아오며 자존심을 지켰다. 당시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는 ‘100 승점’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리그 우승컵을 놓친 과르디올라는 휴식이 필요하다며 잠시 축구계를 떠났다.

이처럼 스페인에서 한 차례 맞붙었던 두 사람은 2013-14시즌 나란히 새로운 행보에 나섰다. 과르디올라는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향했고, 무리뉴는 성공의 기억이 있는 첼시 감독으로 부임했다. 두 사람이 마주칠 수 있는 무대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뿐이었는데,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과르디올라와 무리뉴의 질긴 인연, 혹은 악연은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2016-17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맨체스터로 향한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맨체스터 시티를, 무리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게 됐다. 두 팀의 라이벌 관계는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처음으로 EPL에서 경쟁구도를 펼치게 된 두 사람은 첫 시즌을 나란히 실망스럽게 마쳤다. 맨시티는 3위에 그쳤는데,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 첫해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첫 사례가 됐다. 하락세가 뚜렷한 가운데 무리뉴를 영입한 맨유는 이전 시즌보다 못한 6위로 내려앉았다. 유로파리그 우승의 성과는 있었지만, EPL에서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두 사람의 맞대결 역시 무승부였다. 리그에서는 과르디올라가 1승 1무로 앞섰지만, 리그컵에서는 무리뉴가 승리를 챙겼다.

그리고 2017-18시즌. 과르디올라는 맨시티를 압도적인 우승으로 이끌었다. 18연승, 22경기 연속무패 등 놀라운 기록과 함께였다. 무리뉴는 패할 경우 맨시티 우승 확정의 제물이 될 수 있었던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경기를 3대2로 승리하며 마지막 자존심은 지켰다. 하지만 16일 꼴찌 웨스트브롬으로부터 덜미를 잡히며 맨시티에게 우승 확정을 선물하고 말았다.

이로써 과르디올라와 무리뉴의 두 번째 ‘리그 맞대결’은 과르디올라 쪽으로 기울게 됐다. 이제 궁금해지는 것은 다음 시즌이다. 무리뉴는 스페인에서도 첫 시즌엔 우승을 내줬으나 다음 시즌 설욕에 성공한 바 있다. 이렇게 과르디올라와 무리뉴의 스토리는 또 한 페이지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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