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드루킹’ 김모 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느릅나무 출판사는 사실상 유령 출판사로 판명됐다. 이곳에서 댓글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만큼 출판사 운영 경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느릅나무 출판사는 사실상 유령 출판사로 판명됐다. 8년여 전부터 운영을 시작한 것과 달리 지금까지 단 한권의 책도 출판되지 않았다. 사무실도 불법입주였다. 사무실이 위치한 경기 파주출판단지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차인은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입주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느릅나무 출판사는 입주 계약이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공단 측은 해당 출판사를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결국 출판사 공동대표 김모 씨는 구치소에서 고발장을 받게 됐다.

◇ 배후설 불러온 느릅나무·경공모 운영 경비

김씨가 바로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드루킹’이다. 그는 책을 내는 대신 임대한 사무실에서 강의를 진행했고, 비누업체 플로랄맘의 상품을 판매했다. 강연료와 비누 판매 등으로 운영 경비를 마련해왔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경찰의 생각은 달랐다. 사무실 임대료를 충당하기에는 수입이 적다는 것. 건물의 1~3층을 사용한 김씨는 1년에 약 6,000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김씨가 직접 개설하고 운영한 인터넷 카페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연간 운영비가 11억원에 달했다. 배후설이 등장한 배경이다. 특히 해당 사무실에서 댓글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추측되는 만큼 김씨의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범죄수익추적수사팀 5명을 수사에 투입하는 등 기존보다 2배 이상 수사 인력을 확대했다.

주목할 점은 김씨가 관련된 온라인 모임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김씨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모임은 경공모 뿐 아니라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세이맘(세상을 이끄는 맘)’, ‘우경수(우유빛깔 김경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모임이 방대할수록 댓글조작 혐의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실제 김씨는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자신의 지인이 거부되자 ‘한번 두고 보자’는 식으로 협박을 했다. 자신의 조직력을 과시한 셈이다.

김씨는 자신의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뒤 경공모, 경인선 등 온라인 모임으로 영향력을 확대해갔다. 그는 자신의 조직력을 내세워 청탁 협박을 하기도 했다. <드루킹의 자료창고 캡처>

앞서 김씨는 자신의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를 통해 온라인에서 인지도를 키워왔다. 2009년과 2010년 네이버 시사·인문·경제 부문 파워블로거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만큼 드루킹을 찾는 블로거들이 많았다. 18일 현재 누적 방문자 수가 1,000만명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소액주주 운동을 내세운 경공모를 개설한 것이다. 경공모 회원들은 유력 정치인들의 초청 강연을 열었던 김씨를 신뢰했다. 그러나 회원들의 아이디는 댓글 조작에 이용됐다.

사건 발생 이후 폐쇄 절차를 밟고 있던 ‘드루킹의 자료창고’와 ‘경인선’은 17일부터 다시 공개로 전환됐다. 증거 인멸 의혹을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경공모와 김경수 의원의 팬카페로 알려진 ‘우경수’는 폐쇄됐고, 현 정권 지지자 모임으로 보이는 ‘세이맘’도 여전히 폐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공모의 옛 회원들은 김씨의 행각에 대해 “사이비 교주 같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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