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세상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나와 무관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게 믿고 싶은 ‘욕구’만 있을 따름이다.

페이스북에 게시된 글을 하나 읽고 보고, 누구나 공감하고 감정이입을 하고 자기 이야기라고 착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오해에 불과하며 이 글 역시 당신과 무관한 글은 아니라도 당신에 대한 글은 아니다. 당신만을 위한 글은 더욱 아니다.

당신과 무관하고 싶다고 하고 싶지만 나와 무관한 게 하나도 없듯이, 당신과 무관한 것도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말하지만 당신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해도 될 만한 이유를 지금부터라도 하고 싶다.

오히려 단순한 필자인 '나'를 넘어 저자 스스로의 '나'에 대한 자경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볼 뿐이며 지금 선자리가 어딘지 볼 따름이며 왜 이런 글을 쓰고 싶었는지 볼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스스로의 의식과 무의식을 가늠해 볼 따름이다. 스스로를 제대로 반추할 수도 없기에 아직 당신은 물론 세상의 누구도 제대로 볼 여력이나 그릇이 없음도 한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나만이 아닌, 나라도 먼저 잘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의지를 밝히는 글일 따름이다. 결국 스스로를 고치기 위한 글일 따름이다. 지행일치에서 언행일치로 넘어가는 정도이 이야기일 따름이다. 물론 아직 실천은 못했으며 실천을 위한 ‘선전포고’일 따름이다. 이런 전쟁에서 공격하는 이도 나고 공격받는 이도 나이며 구체적으로는 선한 마음으로 악한 습관을 부수는 것이라고 믿고 싶을 따름이다.

칼럼까지 적은 글도 그렇다. 남의 이야기인 듯 하다. 하지만 결국 인터뷰 취재 과정이나 글을 쓰는 순간순간에서 늘 찾는 것은 오직 '나'다. 왜 이렇게 쓰는지, 다른 표현도 많고 다른 대상도 많은데 왜 꼭 써야 하는지. 굳이 시간을 내서 쓰고 싶은 이유는 뭔지. 늘 스스로에게 자문자답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과정 속에서 나를 찾는 여정일 따름이다.

부산자갈치시장에서 영도를 바라보며 비상하는 갈매기를 찍다. <하도겸>

만약 이 글 역시 당신에 대한 글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중병 환자일 수 있다. ‘건방짐’ ‘불손’ ‘불신’ 등의 이름을 가진 ‘암’과 같은 악성종양을 가지고 있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결국 행복과는 점점 멀어져가는 그런.

나만을 위해서 살 생각이 없기에 글을 쓴다고 떠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남은 차치하고서라도 아직 나를 위해서 살 능력조차 없다. 그런 이가 남을 위해 글을 쓸 여력이 있을까? 아니 그런 마음이라도 온전히 가지고 있을까? 스스로의 삶을 겨우 하루하루 유지하면서 그때그때 생각이나마 혼자 독차지 않고 친구에게만 잠시 보여줄 따름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며칠 굶다가 구한 밥 한그릇을 혼자 먹으면서 주변에 '냄새'만 피울 따름이다. 같이 나눠 먹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생각하고 싶으니 내 마음의 그릇 크기가 아직 거기까지인 셈이다. 그렇기에 그 초라한 밥상에 당신을 초대한 생각조차 없다고 한다면 썩 적절한 변명이 될 것도 같다.

아니 그렇게 말하고 싶은 철부지가 바로 '나'다. 그런 나를 나는 조금씩 알고 이해하고 싶고 또 인정하고 있다. 그러니 아직 젖먹이 아기와 같은 '나'에게 왜 ‘당신’의 글을 쓰냐고 따지기 보다는 스스로만이라도 거울에 서서 모습을 비춰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게 '남탓'보다는 스스로를 반성하는 멋진 자화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일일선이다. 하루에 한가지 이상 좋은 일을 정해두고 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하고 싶다. 일일삼성이다. 하루에 세 번 이상 스스로의 잘못이 없는지 빠뜨린 게 없는지 살펴보라는 말로 이해하며 살고자 한다. 그래서 페북에 적어도 하루에 한번 글을 쓴다고 하면 좀 거시기 한가? 스스로를 반성하고 그 글을 통해서 나만 위하는 삶이 아님을 알리며 더불어 함께 노력하자는 것! 어쩌면 S.N.S.가 우리같이 삶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사람에게 인기를 갖는 이유는 아닐까? 이런 이유로 칼럼을 쓴다면 소박하지만 좀 거창한 비약이 될까 좀 많이 두렵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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