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이 제기된 롯데백화점 안양점 전경. <네이버 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백화점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어닝 쇼크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부실 점포를 정리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수익성이 낮은 수도권 일부 매장을 매각하거나 업태를 변경하려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 롯데백화점이 점포 정리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업계 1위 롯데백화점이 처한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 16년만에 영업종료 앞둔 롯데 안양점

롯데백화점이 점포 효율화 작업에 나선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경기 서남부권을 담당해온 안양점 매각을 추진한다. 이미 일각에서는 왕십리, 강변테크노마트 등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엔터식스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매각 작업은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 양상이다.

한켠에서는 독과점 지적을 받은 부평점과 인천점을 포함해 부실 점포를 매각하거나 임대하는 식으로 롯데백화점이 체질개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매각이 작업이 종료되지 않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차기 유력 사업자까지 공개되면서 안양점 매각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좀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직 임대 사업자인 안양역사에서 관련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매각 작업은 초기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임대 사업자인 안양역사 관계자는 “오늘 언론 보도를 통해 관련 내용을 접하게 됐다. 아직 롯데백화점 측으로부터 (임대 문제와 관련해) 구두나 문서상으로 주고받은 것이 전혀 없다”면서 “아직 임대차 계약 기간은 만 14년 정도 남아있으며, 도중 계약 파기 시 (임차인이)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점포 매각설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점포 정리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지난 2010년 중동, 구리, 안산점을 운영해온 GS백화점을 품는 등 인수자로 이름을 올리기는 했어도 매각자로 관심을 받았던 적은 극히 드물었다.

사업을 지속하는 것보다 위약금을 지불하고 서둘러 발을 빼는 게 이롭다고 판단할 만큼 롯데백화점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얘기다.

◇ 40년 만에 왕좌에서 내려온 롯데 본점

실제 백화점 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롯데백화점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백화점 빅3(신세계, 현대)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 하락을 경험했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백화점 부문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무려 60% 하락한 3조2,042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6% 줄어 3,956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도 위협받고 있다. 3년 연속 하락세를 거듭하다 40%의 벽이 무너졌다. 2015년 41.2%의 점유율은 1년 뒤 40.4%로 줄어들었고, 지난해 39.6%에 머물렀다.

40년 만에 전국 매출 1위 매장을 경쟁사에 내주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올해 유통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2017년 백화점별 매출 순위’란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최다 매출을 기록한 곳은 신세계 강남점으로 나타났다. 1위부터 72위까지의 매출 규모 등이 빼곡하게 적힌 문건은 출처가 불분명해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것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지난달 주총에서 정재영 신세계 대표가 “지난해 본사 이전으로 '강남시대'를 열었고 강남점은 ‘전국 1등’ 백화점이 됐다”고 발언해 해당 문건은 새롭게 주목 받았다.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변화들이 한꺼번에 덮치고 있는 롯데백화점. 업계 안팎에서 ‘롯데백화점 위기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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