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성접대 의혹으로 세 번째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그간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전면 부인하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현재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PD수첩 방송화면 캡처>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뒀을 때다. 검찰 내부에서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최고 간부급의 성관계 동영상이 존재한다는 얘기였다. 소문은 사실로 보였다. 2013년 3월 두 남녀의 성관계 장면이 담긴 90초짜리 영상이 공개된 것. 영상 속 주인공은 당시 김학의 법무부 차관으로 지목됐다. 그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취임 엿새 만이었다.

이후 김학의 전 차관은 특수강간 혐의를 받았다. 경찰 수사 결과,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은 김학의 전 차관으로 인정됐다. 영상이 촬영된 강원도 별장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소유로 밝혀졌다. 윤씨가 별장에서 사회 고위층들에게 성접대를 해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같은 해 11월 김학의 전 차관을 불기소 처분했다.

◇ 두 번의 무혐의 처분… “사건 축소·은폐 의혹 있다”

검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이유는 두 가지다. 동영상 속 남성을 특정할 수 없고, 여성들의 강간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여성들의 성접대가 합의 하에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봤다. 이듬해 재수사 결과도 같았다. A씨가 문제의 동영상 속 여성이라고 주장하며 김학의 전 차관을 고소했지만 또 다시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 결국 사건은 흐지부지 끝났다. 김학의 전 차관은 자신의 이름을 건 법률사무소를 내고 변호사로 새 출발했다.

김갑배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은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을 정식으로 재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나아가 과거사위는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의 축소 및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뉴시스>

사건이 재조명된 것은 MBC ‘PD수첩’이 방영되면서부터다. PD수첩은 지난 17일과 24일 검찰개혁 2부작 시리즈를 내보내면서 김학의 전 차관이 연루된 별장 성접대 사건을 다뤘다. 인터뷰에 응한 피해 여성은 원치 않은 성관계를 맺었고, 촬영된 성관계 영상 때문에 벗어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재수사가 시작됐을 당시 피해를 입은 여성이 30여명에 달했으나, 단 3명만이 진술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협박을 받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해당 내용이 방송되자 여론은 뜨거웠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재수사를 요청하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는 게시글은 청와대가 해당 청원에 대해 직접 답을 하는 제도다. 여론이 움직이자 법무부도 움직였다.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최근 세 차례에 걸쳐 사건을 검토했다. 그 결과 수사 과정에서 사건 축소 또는 은폐 의혹이 있었다는 게 과거사위의 설명이다.

실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김학의 전 차관과 피해 여성을 대질신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1차 수사에서 김학의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한 검사를 재수사팀에 다시 포함시켰다. 때문에 피해 여성이 검사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과거사위는 24일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결정하고, 대검찰청에 정식 조사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대검 진상조사단이 사건 당시 검찰의 부실 수사 여부를 확인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학의 전 차관은 2010년 가수 박봄의 마약밀수 사건에도 이름을 올렸다. 당시 박봄이 우울증 치료제로 들여온 것은 국내 반입이 금지된 암페타민이었다. 사건은 인천지검에서 맡았다. 담당 검사의 직속상관과 지검장이 각각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과 김학의 전 차관이다. 공교롭게도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은 재직 당시 공연음란죄로 체포돼 사실상 법조계에서 퇴출됐다. 김학의 전 차관은 잇따른 구설에도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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