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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범 ‘오늘과 내일’] 북핵문제 해결 못지않게 국민이 원하는 것
김준범 전 국방홍보원장.

분단이후 세 번째 열린 4·27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기대와 염원은 작지 않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과거 1, 2차 때 보다 차분하고 절제된 편이다. 통일에 대한 환상도 눈에 띠게 줄어들었고,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전망도 훨씬 신중해 졌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얻은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본다.   
 
4·27에 거는 일반 국민들의 기대는 그래서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어느 것 하나 허황되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과연 어떤 것들일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기대와 꿈이다. 북한의 핵 위협에 노출돼 있는 한 5천만 국민의 안전은 언제나 위험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핵무기를 ‘머리 위의 핵폭탄’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문제는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최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적극 환영하면서도 북한이 만약 핵문제 타결을 소홀히 하거나 지연하는 모습을 보이면 얼마든지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북 경제제재 같은 압박도 계속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5년이나 긴장과 대결상태를 해소하지 못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군사적인 대치국면 때문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역시 북한의 비대칭 무기인 핵무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한 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북·미간 핵심의제라고 하지만 남·북간의 핵심의제이기도 하다.

미국은 북핵문제에 대해 시종일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방식(CVID)”을 주장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과연 어느 수준으로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꼭 북핵 문제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견해가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설사 북핵문제가 타결됐다고 해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과 대결구도가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와 별도로 지난 65년 동안 유지돼 왔던 군사적 대결상태를 종식시키자는 선언이나 행위는 법률적인 종전선언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남북간의 군사적 대결상태를 허무는 가장 기초적이고 상징적인 조치로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155마일 비무장지대(DMZ)의 비무장화를 들 수 있다. DMZ 안에 설치돼 있는 소초(GP)를 남북한 군 양측이 동시에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키는 작업은 비무장지대를 명실공히 비무장화(de-militarize) 하는 첫 출발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박사(세종연구소)는 최근 호남미래포럼 조찬강연과 관훈클럽 초청 세미나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 때 양측이 군사적 대결 종식을 선언한다면 그 이행조치의 하나로 비무장지대 내 감시소초(GP)를 철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전협정에 따르면 DMZ 안에 무장병력이 들어 갈수 없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남북이 공동으로 이것을 철수하자고 할 수 있다면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또 “서울과 평양에 상호 대표부를 설치하자고 제의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설치되고 GP가 철수된다면 비핵화 합의와 남북경협 합의 등이 나오지 않더라도 획기적인 선을 긋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남북정상회감 1주일 전에 양측이 휴전선 일대의 대형 확성기 방송을 전격 중단한 것도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기초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군을 심리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탈북을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인 매개체로 알려졌다. 북한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방송의 중단을 끈질기게 요구해 왔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많은 국민들은 더 이상 대북 확성기 방송이 가동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남북은 이에 앞서 정상간 긴급상황시 통화할 수 있는 핫라인을 전격 설치했다. 청와대와 북한의 국무위원장실에 동시에 설치, 지난 20일 양측 실무자간 첫 시험통화를 마쳤고, 정상회담 이후 필요하면 언제든지 통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남북정상회담에 바라는 국민의 또 다른 기대는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후 11년 만에 극적인 반전 속에 성사된 이번 정상회담이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만남을 정례화 하는 것이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은 김대중 정부 출범 3년차에, 제2차 정상회담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에 이뤄졌다.

2차 회담의 결과물이 구조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비해 문재인 정부는 집권 1년도 안 된 시점에 역사적인 정상회담 기회를 갖게 돼 남북간 합의사항의 향후 실현 가능성도 그만큼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잔여임기가 길면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문제도 그만큼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국민적 기대로는 통일 보다는 군사적 대결과 긴장이 사라진 항구적인 평화상태의 지속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간에 우선 사람이 왕래(通行)하고, 물류가 유통(通關)되며, 각종 정보가 소통(通信) 되는 이른바 ‘3통(通)’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전제 위에서만 남·북간 경제공동체 구축도 가능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의 성과가 기대한 만큼 이뤄지면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가칭 ‘한반도 경제개발위원회’를 설립해 남북경협 총괄 콘트롤 타워 기능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거 북한과의 경협 경험을 가진 몇몇 공기업들은 북한진출 재개를 잔뜩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남북 철도연결 사업을 위해 최근 ‘남북대륙사업처’를 신설한 코레일, 러시아~북한 경유 천연가스 파이프 라인 실무기관을 참여시킨 가스공사, 개성공단 운영재개에 대비해 전력공급 논의를 준비 중인 한국전력 등은 보이지 않게 남북경협 재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경제협력 분야가 순조롭게 이행되면 기존의 금강산 관광이나 이산가족 상봉 사업 등은 물론 백두산·묘향산 등 북한의 명승지로 범위를 확대하고 이산가족 상봉도 빈도를 늘려 정례화 할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종 문화·예술·체육·언론·종교 등의 교류활성화도 적극 기대하고 있다. 

언론분야의 경우 주요 언론사들이 서울과 평양에 자사 기자들을 상주시킬 수 있다면 상호간 뉴스교환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독일의 경우 동서독 쌍방이 TV와 신문 등 매체를 교환함으로써 통일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바 있다. 70년 넘게 공고화된 남·북간 문화적 이질성을 단시일에 극복하기는 대중매체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기대하는 것은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완전 폐쇄해 버린 개성공단을 하루빨리 재가동하는 일이다. 갑작스런 공단폐쇄 발표로 공장에서 쫓겨난 국내 기업은 124개 업체에 달한다. 이들 업주들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건설에 매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개성공단 재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이 늘 불안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2016년처럼 갑작스런 공단폐쇄 결정이 내려오는 상황이라고 한다. 바로 이런 사태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관련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이제 4·27 남북정상회담은 성공리에 끝났다. 두 정상이 합의한 내용만 실천에 옮겨지더라도 전례 없는 풍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담의 결과는 6월에 있을 북·미 정상회담의 기초가 돼 재차 담금질 한 다음 더욱 더 무르익을 것이다. 남북한 8,000만 국민 모두의 바람과 염원이 꼭 이뤄지길 학수고대한다.     

시사위크  sisaweek@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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