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일인 지난 4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재향군인회 회원들이 태극기를 들고 문재인 대통령 차량 행렬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보수단체들이 남북정상회담 및 ‘판문점 선언’에 지지를 선언,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 세탁’, ‘정권 줄서기’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그간 안하무인식의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보수단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위장 평화쇼” vs “비핵화 환영” 같은 태극기 다른 외침

지난 4월27일 전 세계의 주목 속에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일 예기치 못한 장면이 연출됐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판문점으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웅한 것. 당초 문 대통령은 청와대를 빠져나와 배웅하는 시민들과 인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엠바고 문제로 미리 관련 내용이 언론에 발표되진 않았었다.

때문에 국내 최대 안보 단체인 재향군인회 회원들과 문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은 오전 내내 화재가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정부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잠시 내린 후 재향군인회 회장단 7명과 가장 먼저 악수를 나눴다. 6,000여명의 재향군인회 회원들은 창성동 별관부터 적선 로터리, 세종문화회관, 광화문역까지 태극기와 ‘비핵화’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을 환송했다.

물론 같은날 오후에는 똑같이 태극기를 들고 모인 보수단체 회원들의 남북정상회담 규탄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는 파주시 임진각 입구에서 ‘문★김 판문점 회담 평화위장 대사기극’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 다른 보수단체인 역사두길포럼과 자유애국국민총연합은 정전협정무효 반대를 외치며 행진을 벌였다.

지난 4월 27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임진각 입구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정상회담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다행히 이날 보수단체 회원들의 집회는 별다른 문제없이 끝이 났다. 확성기로 고성을 지르며 욕설과 행인 폭행, 기물 파손 등으로 문제가 됐던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 “‘판문점 선언’ 지지”... 과거와 단절하는 보수단체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평가절하 하는 자유한국당과 달리 보수단체들의 지지 선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30일 한국자유총연맹은 성명서를 내고 “한반도의 번영과 민족의 역사적 숙원을 이루기 위한 거대한 발걸음을 높이 평가한다”며 판문점 선언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자유총연맹은 “북한의 변화를 신중히 지켜보겠다”면서도 “판문점 선언에서 밝힌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 공동행사를 비롯한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위해 자유총연맹의 역할을 여러모로 모색하고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350만명의 회원수를 보유한 자유총연맹은 ‘자유민주주의 가치확산 활동’ 등을 주요 사업분야로 삼고있는 국내 최대 보수단체다. 이같은 보수단체의 변화에 대해 ‘정권 줄서기’ 등의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일부 보수단체들의 변화는 내부에서부터 감지됐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한국자유총연맹이 성명을 내고 판문점 선언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국자유총연맹>

실제로 지난해 8월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김진호 재향군인회 회장은 ‘정치적 중립’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과거 여러 보수단체들과 합동 집회를 개최했지만 최근에는 단독으로 집회를 개최하며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일명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보수단체들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선을 긋고 있다. 재향군인회 이름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박종환 자유총연맹 총재 또한 지난 4월23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인사말에서 “지난 수년간 연맹을 둘러싸고 정치 편향 등의 논란이 있었다”면서 “자유민주주의 지상 과제는 국민 행복과 국가 이익이라는 높은 차원에 있는 것이지 어느 정파 노선을 대변하는 데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연맹은 어느 정파 노선도 대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감 존엄 및 자유와 관용의 미덕을 담은 대한민국 헌법의 숭고한 가치가 연맹의 노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보수단체들은 지난 3.1절 행사 당일만 해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세월호 조형물을 파손하고 불을 지르는 등 난폭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한 시민은 자신의 SNS에 지나가던 길에 집회를 하는 태극기 부대 회원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증거 동영상을 올리고 처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전경련이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관제데모와 세월호 진상규명 반대 집회를 열었던 정황들도 드러나고 있다. 국내 최대 보수단체들의 잇따라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다른 보수단체들의 집회 모습에도 변화가 예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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