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와 볼프스부르크가 나란히 강등 위기에 직면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2017-18시즌 분데스리가는 이제 대망의 마지막 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우승컵은 바이에른 뮌헨이 일찌감치 가져간 상황이지만, 챔피언스리그 및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둘러싼 중상위권 팀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 마지막 한 자리 남은 강등 직행 티켓을 놓고 두 팀이 ‘사생결단’을 벌이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두 팀은 다소 의외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함부르크와 볼프스부르크가 강등 위기에 몰려있다. 함부르크는 손흥민, 볼프스부르크는 구자철의 과거 소속팀이며, 두 팀 모두 분데스리가는 물론 유럽대회에서도 꽤나 이름난 팀이다. 하지만 다음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총 18개 팀이 참여하는 분데스리가는 17~18위가 강등되고, 16위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다. 18위 쾰른은 이미 강등이 확정됐다. 함부르크는 현재 승점 28점으로 강등권인 1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볼프스부르크는 승점 30점으로 16위를 기록 중이고, 승점 33점인 15위 프라이부르크도 승강 플레이오프로 떨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

즉, 마지막 경기를 통해 함부르크와 볼프스부르크 중 한 팀은 무조건 강등이 확정된다. 최악의 경우 두 팀 모두 2부리그로 향할 수도 있다.

함부르크의 최대 목표는 강등 직행을 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함부르크가 승리를 거두고, 볼프스부르크는 패해야 한다.

반면, 볼프스부르크는 확실한 잔류를 바라고 있다. 우선, 무승부만 거둬도 강등 확정은 면할 가능성이 높다. 함부르크가 승리해도 승점이 동률인데, 골득실에서 크게 앞서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프라이부르크를 제치느냐다. 볼프스부르크가 승리를 거두고 프라이부르크가 패할 경우 두 팀의 승점은 동률이 된다. 다만 역시 골득실에서 볼프스부르크가 우위에 있다. 즉, 볼프스부르크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승리를 챙기고, 프라이부르크가 패해 잔류를 확정짓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더라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면 강등이 확정된다.

마지막까지 강등을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놓인 볼프스부르크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분데스리가 준우승(2014-15시즌)을 차지한 팀이었다. 10년 전인 2008-09시즌엔 사상 첫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올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독주를 이끈 케빈 데 브라위너를 비롯해 에딘 제코, 이반 페리시치 등 유명선수들이 거쳐 간 팀이기도 하다.

1945년 ‘폭스바겐의 도시’에서 창단된 볼프스부르크는 초기엔 대부분 아마추어 리그에 머물렀다. 프로무대에 입성한 것은 1974-75시즌 2부리그에 진출하면서다. 다시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은 1990년대. 1996-97시즌 2부리그 2위를 차지하며 1부리그 승격에 성공했고, 이후 꾸준히 분데스리가 무대를 누볐다.

볼프스부르크의 추락이 시작된 것은 지난 시즌부터다. 볼프스부르크는 지난 시즌 16위에 그치며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천만다행으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승리해 잔류에 성공했으나, 자존심은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만약 이번에 강등될 경우 21년 만에 분데스리가를 떠나는 아픔을 겪게 된다.

함부르크는 아예 1부리그에서 강등된 역사가 없다. 1887년 창단된 팀이라는 점에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최근엔 강등권이 익숙했다. 14위로 마친 지난 시즌에도 마지막 경기를 통해 강등을 면한 바 있고, 2013-14, 2014-15시즌엔 2년 연속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살아남았다.

함부르크와 볼프스부르크 중 분데스리가를 떠나게 될 팀은 누가 될까. 혹시나 두 팀 모두 분데스리가를 떠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올 시즌 분데스리가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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