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9일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중일+1’ ‘한중일+X’ 경제협력이 공개적으로 언급됐다. 중국 리커창 총리의 입을 통해서다. 한중일이 특정 현안이나 사업부문에 한정해 제3국 공동진출을 협력하자는 취지다. 여기서 ‘+1’은 진출대상국 등 관련 국가를 3국 정상회의에 초청해 함께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리커창 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한·중·일+X 메커니즘 시스템을 구축하길 바라고 있다”며 “경제와 무역에서 우리는 모두 상호보완성을 가지고 있는데, 상호보완을 통해 함께하고 또 경쟁할 수 있다. X측이라는 것은 한중일 3개국이 FTA를 체결한 당사국 이외의 국가를 이야기 하는데, 이들과도 협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한중일 정상회의서 북한 초청 가능성 ‘활짝’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브릭스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브릭스 5개국이 회의를 진행하지만 특정 현안이나 사업에서는 별도로 1~2개국을 초청해 회의를 진행한다고 한다. 리커창 총리가 언급한 ‘플러스 엑스’도 같은 맥락에서 한중일이 특정 산업에서 협력했을 때 관련이 있는 제3국을 회의 당사국으로 초청하는 의미라는 것이다.
한중일이 협력해 공동으로 제3국에 진출하자는 제안이 사실 참신한 것은 아니다. 한중일 정상회의 출범 계기가 ASEAN+3이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ASEAN 초청국 자격으로 한 자리에 모인 한중일은 역내 평화안정과 번영을 위해 동아시아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함을 절감했고, 2008년 첫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다만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시기에 이 같은 구상이 나왔다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번영 시대의 기대감이 크고, 나아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북한 경제개발이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일이 공동으로 북한에 진출한다는 전제 하에 ‘한중일+북한’ 회의로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둔 대목이다. 더구나 리커창 총리의 발언이 북중정상회담 다음날 나왔다는 점에서 ‘+X’가 실은 북한을 지칭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특별성명’ 형태로 판문점선언 공동지지 선언
우리 입장에서도 특별히 반대할 이유는 없다. 청와대가 설명한대로 정전선언과 달리 평화협정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주변국가의 협력과 지지가 필수적이다. 중국이 ‘+X’로 북한을 상정한 것이라면,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체제 및 신경제지도’에 손을 들어준 셈이어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중국 측이 북한을 ‘+X’로 상정했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특정나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X가 꼭 북한을 지칭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한반도 평화였다는 점, 리커창 총리의 발언이 북중정상회담 다음날 나왔다는 점,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X’에 대해 북한을 떠올렸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설득력을 얻는다.
한편 한중일 3국 정상은 이날 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특별성명’을 채택한다. ▲판문점선언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확인한 것을 환영하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대하며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3국이 공동의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게 골자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히 3국 정상의 특별 성명 채택을 통해 ‘판문점 선언’을 환영하고 지지해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린다”며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과정에서 3국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약속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