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6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미투 운동을 응원하는 팻말을 들고나와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미투 운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보좌진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1%(620명)가 지난 3년간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전혀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상급직일수록 성폭력 예방교육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국회 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대상의 대부분이 남성 상급직이라는 통계가 교육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관련기사 : 국회 성폭력 피해 수백 건… ‘미투’ 법안은 잠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성폭력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 ‘국회는 왜 미투 사각지대인가’를 열고 지난 4월 초 실시한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달 3~5일 국회의원 및 보좌진 전체 2,75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설문은 설문지 직접 배포-회수 방식으로 이뤄졌고 총 958명(34.8%)이 응답했다.

국회 내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나 보좌진의 경우, 국회사무처 공무원과 달리 참석여부가 인사고과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참여율은 현저히 낮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국회사무처를 통해 보고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예방교육에 참석한 의원은 2015년 1명, 2016년 1명, 2017년 5명에 불과했다. 참석자의 90%이상은 국회사무처 소속 공무원들이었다. ‘미투’(MeToo·성폭력 고발 운동) 이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유 위원장의 이번 조사에서는 최근 10년간 보좌진의 해당 교육 참여 횟수는 한해 평균 6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회 내에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865명(남성 498명, 여성 366명, 기타 1명) 중 620명(71.1%)이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여성은 74.9%(274명), 남성은 69.5%(346명)이었다.

예방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응답자(210명) 중 134명(63.8%)은 예방교육이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조사결과 남성응답자에 비해 낮은 직급의 여성응답자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남성응답자는 직급이 높을수록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윤리특위는 “남성 상급직이 (성희롱 예방)교육의 기회와 효과성에 대해 긍정하는 응답율이 높고 동시에 가해행위가 많이 일어나는 직급 또한 남성 상급직이라는 것은 모순”이라며 “현재와 같은 교육을 통한 인식개선만으로는 성폭력과 성차별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이 일어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국회 내에서 성폭력·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강력한 가해자 처벌과 조직문화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강력한 처벌’의 수준은 성희롱·성폭력 범죄 경험자에 대한 채용배제 및 재고용금지 등이 언급됐다.

윤리특위는 “성범죄에 있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중시키지 않으려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는 우선적이고 필연적인 과정이어야 하나, 가해자 처벌과 재고용 배제의 문제는 보좌진의 인사권이 국회의원에게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성폭력 범죄에 대한 강력한 가해자 처벌을 위해서는 개별 국회의원실을 넘는 보좌진 인사권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직급이 상위로 올라갈수록 여성이 적다는 문제도 남성중심 조직의 특성을 바꾸기 어려운 지점이다. 심각한 성비불균형은 국회 내 남성중심 가부장적 문화를 공고히 함과 동시에 여성보좌진들이 겪고 있는 성범죄를 일상의 문화로 간주하게 돼 성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여성보좌진의 확보와 상위 직급의 증원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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