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시공사 건물.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 씨가 경영하는 출판사 ‘시공사’가 신용카드 제조업체에 매각된다. ‘바이오스마트’는 지난 8일 시공사 주식 36만5,975주를 71억7,000만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매각이 완료되면 바이오스마트의 시공사 지분은 61.0%가 된다.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이 아직 완납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매각 대금에 대한 추징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환수 대상이 아니다”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왜일까?

◇ 검찰 “시공사 매각 대금, 환수 금액 아냐”

시공사를 인수한 바이오스마트는 사업 다각화를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공사 인수 과정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보도에 따르면 박혜린 바이오스마트 회장은 인수 제안을 받고 열흘간의 고민을 마치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시공사는 전재국 씨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1989년 설립한 출판사다. 1990년 8월 주식회사 법인으로 출범, 그해 ‘아랍과 이스라엘’을 내며 단행본 사업에 진출했다. 1998년에는 135종의 책을 펴내 한 해에 최다 종수를 출간한 출판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은 약 274억5,656만원, 영업이익은 20억원 가량이다. 리브로, 북플러스, 도서출판 음악세계, 뫼비우스, 스타일 까사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시공사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씨 일가의 시공사 지분율은 66.49%다. 전재국 씨가 지분 50.53%, 부인을 비롯해 전 전 대통령의 3남 전재만 씨, 장녀 전효선 씨가 각각 5.32%씩 보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서울 서초구 시공사 본관 건물 등을, 1998년에는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21-1 토지를 사들여 2007년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을 지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 씨가 자신이 경영해온 출판사 ‘시공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뉴시스>

그러나 서초동 시공사 건물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추징금 회수를 위해 공매에 넘어가 2014년과 2015년 총 116억여원에 매각됐다. 지난해 9월엔 전재국 씨 소유인 경기 연천군 소재 토지 2,600여㎡(약 800평)을 매각, 3억여원의 추징금이 추가로 환수됐다. 때문에 이번 매각에 따른 70여억원의 대금의 추징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정확한 매각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재국 씨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사정도 있고, 지치기도 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재국 씨를 비롯한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나머지 추징금 중 일부를 털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당장은 그렇게 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시공사의 이번 매각 대금은 추징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법적으로 추징 대상은 차명 또는 은닉재산에 한하지만 시공사 지분이 범죄수익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전씨가 자진 납부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2016년 2월 서울중앙지법은 시공사에 6년간 59억9,300여만원의 미납 추징금을 내라고 명령한 바 있다. 이는 시공사가 전씨 일가 소유의 부동산을 빌려 쓰고, 이를 담보로 자금을 융통해왔기 때문이다. 이후 부동산이 추징금 환수 절차에 따라 공매에 넘어가면서 시공사는 63억500여만원을 전씨 일가에 되돌려줘야 했다.

◇ 시공사 새 주인은 ‘M&A의 여왕’?

이번 매각으로 시공사의 새 주인이 된 박혜린 바이오스마트 회장은 중소기업 인수·합병으로 유명한 여성 경영인이다. 1993년 타이어 수입업을 시작으로 사업을 시작한 박 회장은 IMF 이후 중·소형 타이어 업체를 인수하며 사세를 키웠다.

전재국씨로부터 시공사를 인수한 박혜린 바이오스마트 회장. 박 회장은 중소기업 'M&A의 여왕'으로 불린다. <바이오스마트>

2007년 당시 매출 200억원대 신용카드 제조업체 바이오스마트를 인수했고 2009년에는 디지털 계량기 업체 옴니시스템, 한생화장품 등을 잇달아 사들였다. 2013년에는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서비스 업체인 비즈니스온, 동아제약 계열사였던 라미화장품도 매입했다. 그가 ‘M&A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번 인수는 10년 넘게 가까이 지내온 이원주 시공사 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5일 매각 계약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전재국 씨 측은 시공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박 회장은 시공사를 통합 문화 콘텐츠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특수 카드를 제작해온 바이오스마트 기술력을 출판물에 결합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 등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에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됐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며 버텼고 2013년 중순까지 533억원을 환수하는데 그쳤다. 이에 국회는 집행시효 종료를 앞둔 2013년 6월 시효를 2020년까지 연장하는 ‘전두환 추징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추징금 환수팀이 발족했다. 현재까지 환수된 추징금은 1,150여억원으로, 환수율은 52%가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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