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인근 주민들을 초청해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청와대 참모, 기자단, 청와대 인근 주민 등 주변사람들을 챙기며 소탈하게 보냈다. 한미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평화번영 구상의 성패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큰 잔치를 벌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소박하고 간소하게 (취임 1주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었다.

공지된 일정은 10일 저녁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리는 주민 초청 음악회였다. 청와대 인근의 청운효자동, 사직동, 삼청동, 가회동 주민과 종로구청 직원, 서울맹학교와 서울농학교 학생 및 교사 등 300명이 초청 대상이었다. 청와대로 인해 교통과 통행 등에 불편함을 겪었을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근 주민들께 늘 죄송스러움과 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청와대 인근에 사시기 때문에 여러 가지 규제들이 많다. 우리 정부 들어서서 교통통제를 많이 없앴는데, 그래도 때때로 교통 때문에 불편을 많이 끼쳐드린다”면서 “많은 불편들을 그렇게 감수해 주고 계셔서 정말 깊이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인근 주민들 모셔서 입주신고도 하고, 또 그 감사에 대한 인사도 드리고 싶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까 어느덧 1년이 됐다”며 “아주 작고 조촐한 그런 무대를 마련했다. 주민 여러분께 드리는 저와 우리 아내, 우리 부부와 청와대 식구 모두가 주민들께 드리는 특별한 그런 감사 선물이라고 여겨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정숙 여사도 함께했고, 문 대통령의 손자들을 주민들에게 인사시키는 시간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전 예고없이 춘추관을 방문해 기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청와대 제공>

이에 앞서 오후에는 기자단 ‘깜짝’ 위로방문 행사를 가졌다. 당초 취임 1주년 기념 기자단 ‘피자파티’에는 임종석 비서실장 이하 청와대 참모들이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행사 자체는 보고가 됐지만 기자실이 위치한 춘추관을 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할 줄은 참모들도 몰랐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깜작 방문에 기자들은 크게 놀라면서도 함성과 함께 열렬히 환영했다.

문 대통령은 “다들 지난 1년 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 저도 아주 숨이 가쁘게 느껴지던 그런 때가 여러 번 있었다. 아마 여러분들도 고생이 더 했을 것 같다”고 치하했다. 특히 “청와대 출입기자가 과거에는 정치부 기자의 꽃이라고 했었는데, 요즘은 다들 기피하는 3D 업종이라는 그런 말도 들었다. 그렇지만 어쩌겠나. 1년간 또 열심히 해야한다”고 말하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기자들과의 접촉을 늘려달라는 요청’에 문 대통령은 “그렇게 하고 싶다. 원래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도 드렸다”면서도 “지난 1년간 그만큼 워낙 상황이 빠르게 전개되니까 다들 모두 숨이 가쁠 정도다. 그래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는 말로 변명을 하고 싶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북미정상회담이 남아 있는데 잘 끝나면 좀 더 여유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 안 되면 피자라도 (보내겠다)”고 유연하게 대처했다.

위로방문이 끝나고 기념 사진촬영이 이어졌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문 대통령과 기자들의 사진촬영이 끝나자 “정작 우리는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을 기회가 없다”며 참모들과의 사진촬영을 요구했고 문 대통령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기념일을 맞아 크고 성대하게 치르기보다 주변사람을 챙기는 문 대통령의 소탈한 성격과 모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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