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0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대그룹 경영진과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정책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10대그룹 경영인들과 만나 “재벌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 제시보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만을 당부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기업의 자발적 노력은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세 번의 만남마다 ‘노력’만 당부한 공정위?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10일 10대그룹 경영인들과의 만나 재벌개혁과 공정위법 개정에 대해 적극적인 참여를 주문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함께 윤부근 삼성 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김준 SK 위원장, 하현회 LG 부회장, 황각규 롯데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권혁구 신세계 사장, 이상훈 두산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일감몰아주기 관행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일감몰아주기는 중소기업의 희생 위에 지배주주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고 편법승계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하는 잘못된 행위”며 “더 이상 우리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기업도 일시적으로 조사나 제재를 회피하면서 잘못된 관행을 지속하기보다 선제적으로 관행을 개선해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재벌개혁에 대해 김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1년이 되면서 일각에서는 재벌개혁이 너무 느슨하고 느리다고 비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을 옥죈다고 비판한다”면서 “가운데 지점에서 속도와 강도를 맞추고 3년 내지 5년의 시계 하에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을 개정과 관련해서는 재계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논의 중인 내용 중에는 지주회사, 공익법인, 사익편취 규제 등 재계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도 포함됐다”면서 “올해 정기국회에 법안 제출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재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한 10대그룹 경영진이 기념촬영을 하는 중 금속노조 조합원이 '재벌갑질 총수구속'을 외치며 난입하고 있다. <뉴시스>

◇ 민변·참여연대 “재벌 노력으로 개혁? 공허한 외침”

간담회가 끝나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이하 센터)는 성명을 내고 이번 회동에 대해 유감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김 위원장은 10대그룹 경영진과의 간담회에서 공정위법 개정과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기업의 협조와 개선을 당부했다”면서 “취임 1년 동안 재벌그룹과의 3번째 만남에서도 ‘자발적 노력’을 당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자발적 노력만 요구할 것인가. 이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다”면서 “우리 역사상 재벌의 자발적 노력으로 개혁이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공정위의 강력한 의지와 발 빠른 조치가 요구되는 이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센터는 또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재벌개혁은 총수일가가 그룹을 좌지우지 하지 않고, 소수의 재벌그룹으로 경제력이 집중되지 않는 것”이라며 “공정위는 공정위법 개정과 관련해 외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공정위의 의지만으로 개정할 수 있고, 대기업의 사익편취 행태를 가장 효율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수단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재벌총수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권력과 결탁했고, 각종 불법으로 국정을 농단했다”면서 “‘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맞추고 3~5년의 계획 하에 추진하겠다’는 속편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공정위는 ‘기계적 중립자’가 아닌 ‘개혁의 추진 기관’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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