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엘리엇에 맞서 정면돌파 행보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향해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이번에도 반대 의사를 천명하고 있는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은 정면돌파를 선택한 모습이다.

◇ “현대모비스, 황금알 낳는 거위 될 것”

현대모비스는 14일부터 분할·합병에 대한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받는다. 제출 기한은 분할·합병이 최종 결정될 오는 29일 주주총회 전날까지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삼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모듈사업부문 및 AS부품사업부문은 인적분할을 거쳐 현대글로비스로 흡수합병되고, 존속 현대모비스는 핵심부품사업에 집중하며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같은 방안은 그룹 차원에서 상당히 큰 변화일 뿐 아니라,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주목을 받았다. 다른 방법을 택할 경우 피할 수 있는 세금 1조원을 최대주주 일가가 부담하기로 한 것도 화제였다.

하지만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은 마냥 순탄하게만 흘러가진 않았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엘리엇은 개편안이 발표된 직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추가적인 개선 방안 및 주주환원 정책 등을 요구했다.

이어 엘리엇은 “모비스와 현대차를 합병한 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라”는 요구와 함께 구체적인 로드맵이 담긴 제안서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방안과 전혀 다른 방식의 새로운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아울러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며 다른 주주들에게도 반대를 권고했다. 현대차그룹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고, ‘표대결’을 예고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정의선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정의선 부회장은 최근 외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황금알을 낳게 될 거위”라며 “현대차그룹의 핵심 기술회사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카메라 센서,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전동화 등 미래 자동차산업의 핵심기술을 갖춘 리더로 키우겠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4~5개 기업의 인수·합병’, ‘ICT회사보다 더 ICT회사답게 변화’,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 ‘이사회 투명성 및 다양성 강화’ 등을 언급하며 주주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정의선 부회장의 이 같은 적극적인 입장이 전해지자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하락세를 보이던 현대모비스 주가는 정의선 부회장 인터뷰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현대차그룹과 엘리엇의 대결구도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선택이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주주구성을 보면, 우선 정몽구 회장과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이 31.1%를 갖고 있다. 나머지 중 국내 소액주주의 지분은 9.6%고, 외국인 주주의 지분은 49.2%에 달한다. 여기서 엘리엇이 직접 보유 중인 지분율은 약 1.6%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국민연금이 10.1%를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이 누구의 편에 서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서 다소 부적절한 전례를 남겼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은 삼성물산의 합병을 떠올리게 한다”고 언급하며 국민연금을 압박했다.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 여부는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정의선 부회장의 ‘정면돌파’ 승부수가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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