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실마리가 됐던 학사비리 사건 주범 최순실 씨가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자신의 딸 정유라 씨의 학사비리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 씨에 대해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이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최씨의 첫 확정판결이다. 대법원은 “최씨는 정씨가 체육특기자로서 성공하기 위해 법과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특혜를 받아야 한다는 그릇된 의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범행으로 국민이 받은 충격과 허탈감은 크기를 헤아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최씨의 국정농단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단초가 됐다.

◇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저버렸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5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최경희 전 이대 총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은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6개월, 이원준 교수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이 확정됐다. 같은 재판부(주심 고영한 대법관)의 김경숙 전 신산업융학대학장도 징역 2년의 원심이 확정됐다.

최 전 총장과 남궁 전 처장, 김 전 학장은 지난 2014년에 실시된 2015학년도 이화여대 수시모집의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면접위원들에게 정씨를 뽑으라고 지시하는 등 정씨를 특례 입학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이밖에 김 전 학장과 이 교수 등은 정씨에게 부정하게 학점을 주는 등 학사 특혜를 봐준 혐의다.

대법원은 “최씨가 정씨의 입시와 관련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통해 김경숙 전 학장에게 전하고, 이후 남궁 전 차장과 최 전 총장에게 전달해 범행을 공모했다”면서 “남궁 전 차장은 자신과 정윤회씨, 최 전 총장의 지위와 권세를 이용해 면접위원들에게 압박을 가했고, 면접평가의 공정성이 방해됐다”고 판단했다.

앞서 특검팀은 최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지만 1심과 2심은 최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다만 모든 재판부는 최씨의 삐뚤어진 모성에 대해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최씨에 대해 “부모로서 자녀에게 원칙과 규칙 대신 강자의 논리와 승자의 수사부터 배우게 했다”면서 “자신뿐 아니라 자녀의 앞날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같은해 11월 2심 재판부 역시 “자녀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하기엔 자녀에게 너무나 많은 불법과 부정을 보여줬다”면서 “삐뚤어진 모정은 아끼는 자녀마저 피고인의 공범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2016년 10월17일 오후 최순실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 및 특혜와 관련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돈도 실력이야”... 분노한 국민들, 드러난 국정농단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은 2016년 여름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꽁꽁 숨어있던 최씨가 결국 모습을 드러내게 만든 사건은 같은해 9월 터진 정씨의 학사비리 의혹이 단초가 됐다. 당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최경희 전 총장과 대립을 세우고 있던 이화여대 학생들은 이 사건이 보도되자 대규모 규탄시위를 벌이고 결국 최 총장의 사임을 끌어냈다.

이후 최씨와 정씨 모녀의 과거 언행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정씨는 이화여대 입학 면접에서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참여했다. 면접 대상자 21명 중 소지품 지참이 허용된 면접자는 정씨뿐이었다. 정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발언이 다시 조명되기도 했다.

또한 정씨는 출석도 거의 하지 않았고, 과제나 시험에도 소홀했음에도 학점을 부여받았다. 실제로 한 체육과학부 교수는 정씨가 마감시한을 넘긴 후 과제를 제출해도 문제삼지 않았다. 더욱이 처음에 정씨가 과제물을 첨부하지 않은 채 메일을 보냈음에도 “잘하셨어요”라고 답장한 후 20분 뒤 “첨부가 안 됐네요. 다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답장해 충격을 줬다.

일부 정씨에게 학점을 부여하지 않은 교수에 대한 최씨의 갑질도 알려졌다. 이화여대 함모 교수는 정씨가 수업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아 2015년 1학기 체육학개론 과목에서 F학점을 줬다. 함 교수는 최씨의 재판부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씨에게 학사경고와 관련함 면담을 하기 위해 연락하니, 최씨가 ‘딸을 제적시키면 고소하겠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며칠 뒤 최씨가 직접 찾아와 ‘네가 뭔데 제적시키느냐’는 얘기를 반복했다”면서 “‘내 딸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지도교수라는 사람이 격려는 못할망정 제적을 시키려 하냐’며 고함을 쳤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최씨에 대한 첫 확정 판결에 대해 “피고인이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확인된 점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항소심·상고심이 계속 중인 사건들도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재판 결과가 확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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