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이 실적 악화로 시름에 잠겼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이 깊은 시름에 잠기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생리대 유해성 논란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되더니 신용등급에도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깨끗한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 ‘유해성 의혹’ 벗었지만… 후유증 ‘진행형’

깨끗한나라는 고(故) 최화식 회장이 세운 대한펄프를 모태로 하는 회사로 포장재인 백판지 등을 제조하는 제지사업과 화장지, 생리대, 기저귀 등 생산하는 생활용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세 경영인 최병민 회장은 경영난으로 2009년 처가 기업인 희성전자에 경영권을 넘겼다가 2014년 되찾아왔다. 범 LG가(家)인 희성그룹의 계열사인 희성전자는 최 회장인 부인인 구미정 씨의 오빠인 구본능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후 위생용품 사업을 키우며 순항을 하던 최병민 회장은 지난해 대형 악재를 만나 다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릴리안 생리대가 ‘유해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진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연구팀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다량 검출됐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릴리안 제품만 실명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깨끗한나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식약처가 전 생리대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깨끗한나라는 이미 타격을 받은 뒤였다. 깨끗한나라는 논란 당시 해당 제품에 대한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고 환불을 진행한 바 있다. 식약처의 1차 안전성 검사 결과가 나온 후인 지난해 10월부터 릴리안을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매출 회복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실적 악화에 신용등급 '적신호' 

이는 지난해 실적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25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적자로 돌아서 222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한 6,604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신용등급마저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최 회장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4일 깨끗한나라의 장기신용등급을 BBB+로 제시하면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지난해 유해물질 논란으로 영업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단기간 내에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또 영업실적 악화와 투자 부담 확대로 차입 규모가 증가하는 등 재무안전성이 저하되고 있는 점도 이유로 제시됐다. 2017년말 기준 회사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028억원이다. 이 가운데 단기성차입금은 1,545억원에 달한다.

같은날 한국기업신용평가(이하 한기평)도 경고장을 보냈다. 한기평은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로 제시하면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수익창출력이 약화되고 재무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이강서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생리대 생산·판매가 차질을 빚은데다 주요 원재료인 펄프와 고지 가격이 상승해 원가 부담이 높아졌다”며 “여기에 운전자본투자도 늘어나면서 지난해 순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또 부채비율이 205%로 전년말 대비 57%p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이 크게 저하된 점도 신용등급 전망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리더십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신용평가사 업계의 우려를 딛고 반전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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