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우유 소비 감소와 분유 수출에 타격을 받고 있는 유업체가 잇따라 '펫밀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최근 출신된 빙그레의 '에버그로 펫밀크'와 동원F&B의 '뉴트리플랜 펫밀크'. <각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출산률 저하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와 분유수출 축소로 고민하고 있는 유업계가 반려동물 시장을 돌파구로 삼았다. 반려동물 가구 1,000만 시대를 맞아 이들 ‘펫족’을 겨냥한 관련 상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이름하여 ‘펫밀크’. 아직 대중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펫밀크는 어느새 100억대 시장으로 성장하며 침체에 빠진 유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1,000만 수요 ‘펫밀크’ 시장… 식품 대기업도 가세

펫밀크가 유업체들이 갖춰야할 필수 상품군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접하기 어려웠던 관련 소식이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두 개 업체가 출사표를 던져 크게 5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게 됐다. ‘뉴트리플랜’ 브랜드를 보유한 동원 F&B에 이어 가공 우유를 주로 생산하는 빙그레가 뛰어들면서 새로운 판도를 예고하고 있다.

23일 반려동물 브랜드 ‘에버그로(ever grow)’를 론칭한 빙그레는 첫 제품군으로 펫밀크 3종을 선보였다. ‘눈관절’과 ‘피부모발’ 등 기능별로 구분된 이 제품은 건국대 수의과대학과 공동연구를 통해 탄생했다. 함유된 유산균주 2종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등 면역력이 증가하는 효과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지난 1년여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펫밀크를 내놓게 됐다”면서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를 론칭한 만큼 향후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7일에는 동원F&B의 펫밀크가 첫 선을 보였다. 동원F&B의 펫푸드 전문 브래드의 이름을 달고 나온 ‘뉴트리플랜 펫밀크’가 그 주인공. 이미 지난 1991년부터 펫푸드를 만들어 온 동원F&B가 28년 만에 내놓은 첫 펫밀크라는 점에서 업계 큰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이나 중소기업이 아닌 식품 대기업의 첫 번째 펫밀크라는 점에서 비상이 관심이 쏠렸다.

동원F&B는 “카테고리 확대를 통해 반려동물시장을 건강하게 바꾸는데 앞장서는 브랜드가 되겠다”면서 “2020년까지 뉴트리플랜을 연매출 1,000억 브랜드로 성장시킬 계획”임을 밝혔다.

◇ ‘흰 우유’ 안 마시는 사회… 디저트‧반려동물로 ‘돌파구’

유명 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국내 펫밀크 산업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늦은 편이다. 고작 올해로 2년차에 접어든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해 1월 서울우유가 유당 분해 능력이 없는 반려동물을 위해 락토프리 기술 등을 적용한 ‘아이펫 밀크’가 1호 국산 펫밀크다. 뒤이어 건국우유와 반려동물 전문식품회사 푸드마스터그룹이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최근 들어서야 대기업 성격의 유업체들이 펫밀크에 관심을 보이는 건 우유 소비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18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6.6㎏으로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분유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한중 관계가 해빙 무드를 보이면서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분유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완전한 회복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지경이다.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같은 디저트 개발로 우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유업체 입장에서, 1,000만 가구에 육박하는 반려동물 시장은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시장으로 그 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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