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그의 변덕으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노동신문/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통일부는 이르면 24일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식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내외신 취재단이 원산 숙소에서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로 출발한데다 기상 상황도 좋다는 점에서 폐기식 진행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북한은 폐기식 일정에 대해 23일부터 25일 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약속한 비핵화의 첫걸음이라는데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김정은 위원장의 변덕 때문이다. 이미 합의된 남북고위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 연기를 통보하는가하면 핵실험장 폐기식 초청 대상에 전문가들을 제외했다. 우리 측 기자들도 제외했다가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자 뒤늦게 방북을 허용했다.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마저 재고 의사까지 밝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일괄타결식 비핵화는 청신호로 해석됐다. 북한이 수용할 경우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확실하게 책임지겠다는 것. 이로써 북미 간 갈등을 불러왔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 발언은 일부 해소됐다. 관건은 북한이 어느 선까지 받아들이느냐다. 그간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 진행을 강조해왔다. 비핵화 방식을 둘러싸고 북미 간 입장차는 여전한 셈이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북미 정상회담이 연기 또는 취소될 수도 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을 회담장에서 만날지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날지는 미국의 결심에 달렸다”고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과 물밑 협상을 주도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그날에 맞춰 일하고 있다”며 개최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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