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업계의 선두주자 벤츠와 BMW는 최근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을 제치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올해 국내 자동차업계는 전에 없던 큰 변화가 나타났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수입차업계의 ‘쌍두마차’ 벤츠·BMW의 상승세가 이어지며 판매순위 양상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벤츠와 BMW는 지난 2월 나란히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월간 판매실적을 제쳤다. 이후에도 벤츠는 현대·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에 이은 내수시장 판매 4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BMW 역시 3개월 연속 한국지엠을 따돌렸다.

지난 수년간 국내 자동차업계 판매순위는 현대·기아차-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벤츠·BMW의 구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현대·기아차-쌍용차-벤츠-르노삼성-BMW-한국지엠의 순위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산차의 극심한 부진과 수입차의 가파른 성장세가 함께 작용한 결과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인 벤츠와 BMW는 국내 시장에서의 위상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연간 판매실적 6만대를 뛰어넘은 벤츠는 올해 7만대 고지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BMW 견고한 판매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반면,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졌고, 르노삼성은 SM6와 QM6의 신차효과가 사라지며 내수시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벤츠와 BMW의 위상이 전에 없이 높아지면서, 이들에게 향하는 사회적 기대도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온 수입차업계 앞에 꾸준히 제기된 과제는 A/S문제와 기부금 등 사회적 책임이었다. 특히 돈만 벌어갈 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이에 수입차업계의 선두주자인 벤츠와 BMW는 그동안 사회공헌 확대를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이제 국산차 브랜드마저 넘어선 이들의 기부금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벤츠의 지난해 기부금은 25억6,500만원으로 2016년 22억4,200만원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2015년엔 20억5,400만원, 2014년엔 11억2,000만원이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지난해 벤츠가 본사로 보낸 배당금은 약 243억원이었다. 본사 배당금 대비 기부금 비율은 10% 수준이다.

BMW는 지난해 20억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2016년과 같은 수준이다. 2015년과 2014년의 기부금은 각각 18억원과 17억원이었다. BMW는 지난해 본사에 배당금을 보내지 않았다. 환경부 과징금 납부 등의 여파로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앞서 2016년엔 배당을 통해 본사에 370억원을 보낸 바 있다. 2016년의 본사 배당금 대비 기부금 비율은 5% 수준이었다.

지난해 판매실적이 눈에 띄게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은 한국지엠은 기부금도 6억9,8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앞서 2016년엔 18억4,200만원, 2015년과 2014년엔 각각 17억200만원, 19억3,600만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한 바 있다. 최근 수년간 적자가 이어진 한국지엠은 배당도 실시하지 않았다. 다만, 본사로부터 빌린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꾸준히 보내고 있다. 지난해 GM관계사에 지불한 이자비용은 1,427억원이었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기부금은 1억8,600만원 수준이었다. 2016년 기부금 5,000만원으로 거센 질타를 받아서인지 3배 이상 증가했지만 다른 곳에 비해 아주 적은 수준이다. 2015년 기부금은 1억8,500만원, 2014년은 7,800만원이었다. 르노삼성의 지분 79.90%는 르노그룹 본사가 보유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2,135억원을 배당했다. 르노 본사로 향한 배당금은 1,700억원 수준이다.

이처럼 벤츠와 BMW의 기부금 현황은 한국지엠·르노삼성에 비해 훨씬 준수한 수준이다. 물론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국내에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일자리 등 여러 측면에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벤츠와 BMW를 향한 ‘쥐꼬리 기부금’ 비판은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으로 인해 다소 가혹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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