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일본계 금융사인 J트러스트그룹이 난처한 처지에 몰렸다. 사무금융노조가 한국계열사 3사에서 발생한 노조 탄압을 항의하고 협의 태도 개선을 촉구하는 경고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J트러스트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수년째 계열사 곳곳에서 노사 갈등이 발생하고 있어 따가운 눈총도 적지 않다.

◇ 임단협 앞두고 노사 신경전 심화

J트러스트는 2011년 4월 소규모 대부업체를 인수하며 한국에 진출했다. 이후 미래저축은행(현 JT친애저축은행), SC저축은행(현 JT저축은행), SC캐피탈(JT캐피탈) 등을 순차적으로 인수하며 외형을 빠르게 불렸다. 이후 적극적인 마케팅과 영업으로 국내 서민금융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했다.

하지만 노사 문제에서는 잇따라 잡음을 내오며 우려를 사왔다. 임금단체협상 결렬로 2016년 총파업과 노사간 고소·고발전까지 빚어졌던 JT친애저축은행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또 다른 계열사인 JT저축은행 내에서 노사 갈등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무금융노조가 최근 J트러스트그룹 노조탄압 의혹에 대한 경고장을 보내면서 논란이 더 부각되는 모양새다. 사무금융노조는 “임단협을 시작한 J트러스트그룹 한국계열사 3개 사업장 각 대표이사에게 21일 공문을 발송했다”며 “3사에서 발생한 노조탄압에 항의하고 평화적인 단체교섭의 전통을 쌓기 위해 사측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사무금융노조는 3개 항의 공문을 통해 “사용자 측이 타협과 양보를 통해 합의를 달성하려는 성실교섭의 의지가 있는지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사무금융노조는 사측의 적대적 노사관이 초래할 파국을 예방하기 위해 관련 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금융노조는 최근 JT친애저축은행 측이 임금 교섭 중에 노조와 협의 없이 임금인상률 및 격려금 지급 결정을 일방적으로 하는 등 노조의 임금교섭권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JT저축은행에서 대해서는 “저성과자를 기존보다 3배로 확대해 직원들의 근로조건을 후퇴시키고 퇴출을 용이하게 하는 신인사평가제도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사무금융노조, 사측에 노조 탄압 항의 경고장

특히 JT저축은행이 노조에 전달한 임단협 제시안에는 노동조합의 가입 범위를 극단적으로 제약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JT저축은행 측이 낸 제시안에는 노조의 활동을 약화시키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며 “타임오프(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 면제) 축소하는 것 뿐 아니라 노조 사무실을 없애자는 안도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열사 3사 중 이같은 요구안을 제시된 것은 JT저축은행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J트러스트 측은 “아직은 협의 중인 단계”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J트러스트 측은 “지금 계열 3사가 임단협을 시작해 논의를 시작했다”며 “노사 간 각각 안을 제시하고 협의하는 단계에 있다. 아직 어떤 내용이 확정된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이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노조를 성실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 중에 있고, 협의가 잘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는 신인사평가제도에 대해서는 “이미 평가제도는 SC저축은행 시절부터 존재했다”며 “다만 이전의 제도는 다소 불공정한 부분이 있어, 보다 투명한 제도를 마련했고, 이를 직원과 노조에 충분히 설명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답했다.

이같은 노사 갈등은 기업 이미지 제고에 힘을 쏟아온 J트러스트그룹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J트러스트는 한국 시장 진출 당시, 다소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로 상륙했다. 일본계인데다 대부업으로 첫발을 내딛은 탓에 이미지가 썩 좋지 못했다. 2015년 유명 야구단 스폰서 계약을 추진하며 이미지 쇄신을 노렸지만 부정적인 이미지에 발목이 잡혀 무산됐다. 이 때문에 최근 몇년간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이미지 개선에 만전을 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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