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소득동향에 따르면, 하위 20% 가계의 소득이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계소득이 3.7%, 특히 상위 20% 가계소득이 무려 9.3% 증가한 것과 대비돼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는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기조와 정반대의 결과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조급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29일 오후 긴급 경제점검회의를 소집했다. 공식 명칭은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다. 이날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거시경제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소득 분배의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며 “우리의 경제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소득양극화 현상 추궁

회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영주 노동부 장관, 홍종학 중기부 장관, 박능후 복지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등 소수에게만 자리가 허용됐다. 이는 핵심 관계자들과 함께 ‘끝장토론’을 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가계소득동향을 문 대통령이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꾸중’을 하기 위해 소집한 것으로도 받아들인다. 당초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공개한 것도 문 대통령이다.

사실 경제정책의 특성상 통계에는 시간차를 두고 서서히 반영되는 측면이 있다. 이에 장하성 정책실장 등 청와대 경제라인은 올해 말에 가서야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자신했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이 소득주도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시기였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가계부채 증가 추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하다가 2017년들어 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뉴시스>

가계부채 측면에서는 일부분 성과도 있었다. 2015년 10.9%, 2016년 11.7%를 기록하며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여겨졌던 가계부채증가율이 지난해 8.1%로 낮아진 것. 그러면서도 3%대 성장률을 유지했고 가계소득도 전체적으로는 3.7% 상승했으며, 수출실적도 여전히 증가세다.

◇ "방향성은 맞다" 

이한주 가천대학교 부총장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한국경제의 추세는 IMF 이후 저성장 양극화가 고착되기 시작했고, 특히 하위 20%가 급속히 추락한 반면 상위는 10%가 약진했다”며 “이렇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부동산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허위의 성장이 이어진 부채주도성장이었는데 소득주도성장으로 방향을 변화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한주 부총장은 “소득불평등과 양극화가 2017년까지 빠르게 진행됐는데 우리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줄어들고 있고 부동산 가격도 정리가 되고 있다. 큰 배나 비행기처럼 경제도 타력과 관성이 있어서 이 같은 통계가 나왔지만 전체적인 방향성은 맞춰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부총장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 분과장을 겸임하는 등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자문을 맡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전날 수보회의에서는 “일자리 정책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성과가 국민 실생활에서 구현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고,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기존 정책의 차질 없는 진행을 당부했다.

문제는 정책에 따른 경제효과가 나오기까지 국민여론이 감내할 수 있느냐다.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정부의 경제정책은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단기부양 정책의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야권에서는 이미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을 심판해야 한다”며 여론몰이에 나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인상에 따라 저소득층 실업률이 증가해 소득수준도 낮아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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