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경제 콘트롤타워가 김동연 부총리임을 분명히 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와대가 이른바 ‘김동연 패싱’ 논란 진화에 나섰다. 1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경제전반에 대한 권한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줬기 때문에 경제부총리라고 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김동연 부총리가 (경제) 컨트롤타워”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게 아니냐는 게 정치권 안팎의 해석이다.

논란은 최근 ‘최저임금인상’을 놓고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 이견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소득주도성장 속도조절론’을 주장해왔던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시장·사업주 영향을 고려해 목표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목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노동계, 일부 정부 측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법안처리 정국이 겹치면서 논란은 더 확대됐다.

◇ 장하성의 소득주도성장론 재신임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에 관심이 모아졌던 가운데, 지난 달 29일 ‘긴급경제점검회의’가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개최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1분기 가계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8% 하락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오면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등 소수의 경제분야 핵심인사들이 참석해 ‘난상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결론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대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가계소득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지만, 전환과정에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기본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성이 옳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긴급경제점검회’ 결과발표에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하여”라는 문구가 들어가면서 뒷말이 나왔다. 경제정책 콘트롤타워는 김동연 부총리였음에도 마치 장하성 정책실장이 중심이 돼 있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듯해 ‘장하성 정책실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라고 수정을 요청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개최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확인된 기류도 묘한 측면이 있었다. 1세션에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중장기 국가재정운영 방향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발제는 김 부총리가 맡았다. 그러나 이후 브리핑에서는 김 부총리의 발제내용과 발언은 빠진 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 토론에 참석했던 다른 사람의 발언만 전해졌던 것. 취재진이 김 부총리의 발언내용을 묻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부총리에게) 물어보라”며 입을 닫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론자인 장 실장과 속도조절론자인 김 부총리 사이에서 장 실장의 손을 들어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 “‘김동연 패싱’은 과한 해석”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에도 해석이 덧붙여졌다. 문 대통령은 “(가계소득 양극화 통계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는데, 사실상 김 부총리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김 대변인은 “재정전략회의 분위기와 관련해 김 부총리의 판정패나 패싱이라고 일부 언론에서 해석하고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며 “김동연 부총리가 가장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책과 사람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면서 누구의 승리나 패배로 해석하지 말아주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정부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기재부의 업무성격상 대기업과 시장, 성장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가 노동자 측 의견을 주로 듣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부처별 다양한 의견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토론과 조율을 하는 게 회의다. 그 내용을 놓고 ‘패싱’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과한 해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부처 수장들이 같은 의견을 내면 또 편향됐다거나 코드인사라고 할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논란 진화와 함께 김 부총리 달래기에 나섰다. 김 부총리가 경제 콘트롤타워임을 강조한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동연 부총리는 이미 지난해부터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줄기차게 강조해 왔다”며 “앞으로도 김동연 부총리가 책임감을 갖고 혁신성장 추진의 난관을 돌파해 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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