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회장 허진수·사진)가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피해를 호소한 중소협력업체는 GS칼텍스에 술과 여자 접대 등 향응을 제공했으며, 밀어내기 등 갑질을 당하다 결국 애써 개척한 해외시장 사업권을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회사의 기본 경쟁력은 고객사 및 협력사와의 유기적인 협업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GS칼텍스는 고객사 및 협력사와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동반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해 초 GS칼텍스는 “허진수 회장이 고객사 및 협력사에 보낸 서신”이라며 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면서 “GS칼텍스는 이러한 기조 아래 협력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자금과 기술개발 지원 등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허진수 회장의 상생의지가 일선 현장까지 전해지지는 않는 듯 보인다. 최근 GS칼텍스의 협력업체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쏟아낸 주장들은 ‘상생’과는 거리가 멀어 보여서다.

지난 5월 24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GS칼텍스 고발합니다. 도와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GS칼텍스의 협력업체였던 A사’로 소개한 글쓴이는 2008년 러시아지역 윤활유 판매 대리점 계약을 시작으로 GS칼텍스와 인연을 맺은 뒤 지난 8년간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글쓴이에 따르면 윤활유 수출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는 A사는 러시아시장 개척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2015년 말 러시아시장의 큰 바이어 업체(‘PRADA’)와 148억 규모의 연간 수출계약까지 맺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A사에 PRADA의 계약 및 판권에 대한 보상금을 제시하며 사업을 넘기라고 압박했고, 심지어 ‘강제로 사업을 뺏겠다’는 협박까지 이어졌다.

결국 A사는 보상을 받기로 하고 사업을 GS칼텍스에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약속했던 보상금 지급은 지켜지지 않았다. 설상가상 2016년 GS칼텍스로부터 일방적인 계약해지까지 당하면서 한때 잘 나가던 회사는 현재 부도 위기에까지 내몰리게 됐다. ‘밀어내기는 기본, 무리한 투자까지 유도하더니 20억원의 빚을 내며 일궈낸 러시아시장과 바이어를 하루아침에 강탈해 갔다’는 것이 A사의 주장이다.

특히 A사는 GS칼텍스와의 거래 과정에서 관련 임직원들에 고급 룸살롱 등에서 술과 여자 등 향응접대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게시글에는 관련 임직원들의 이름이 공개됐다.

A사가 올린 글은 다음 아고라 추천 베스트 글에 오를 정도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GS칼텍스의 갑질에 분노하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았다. 댓글이 넘쳐났고, GS칼텍스의 갑질을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석연찮게도 해당 글은 약 일주일만인 지난 6월 1일 삭제됐다. GS칼텍스 측은 “A사와 합의가 돼 A사 측에서 글을 삭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사와 만났고, 서로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한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기로 합의를 했으며 이에 따라 A사가 글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GS칼텍스 측은 그러면서 “상호간에 해결해나가는 중이므로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했다. 특히 “(술이나 여자접대 등) 민감한 내용에 대해 회사에서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내부에서 조사를 진행중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문제가 발견되면 이후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GS칼텍스의 ‘사후약방문’식 조치는 아쉬움을 남긴다. A사는 글을 통해 “사건 발생 이후 2년6개월의 시간 동안 GS칼텍스 담당 직원들은 만남이나 연락 등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A사로선 고사 직전에 이르러서야 대중에 호소하는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결과론적으로, 공개 호소문은 GS칼텍스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GS칼텍스와 A사는 보상 문제 등에 대해 협의중인 상황이다. 과거에 비해 상황이 진일보하긴 했지만 문제가 해결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무엇보다 A사가 겪은 상황이 던지는 메시지는 그리 가볍지 않다. 현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A사의 피해사례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상황이 비단 A사만의 일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양측의 합의와는 별개로 사실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지난해 31억원이 넘는 돈을 보수로 챙겼다. 전년(25억438만원) 대비 6억원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이 중 상여금이 15억 규모다. 지난해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올린 데 대한 보상이다. 반면 A사가 6년간 척박한 해외시장을 개척한 뒤 얻은 건, GS칼텍스에 빼앗긴 사업권과 20여억원의 빚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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