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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번째 G7 정상회담이 남긴 균열
올해 G7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심각한 표정의 메르켈 총리가 팔짱을 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마크롱 대통령과 테레사 메이 총리, 아베 신조 총리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캐나다 라 멜라에서 열린 제 44회 G7 정상회담이 지난 9일 마무리됐다. 각국 정상들은 올해도 더 나은 세계를 위한 메시지를 담은 공동성명문을 발표했다. 28개 문단으로 구성된 선언서에는 ‘모두를 위한 성장’과 성 평등·세계 평화·친환경에너지를 통한 기후변화 방지 등의 미래지향적 가치들이 담겼다.

그러나 메시지의 중요성과는 별개로, 미국이 서명을 거부하면서 G7 공동성명문에 담긴 힘도 쭉 빠져나갔다. 당초 미국 또한 다른 정상들과 함께 선언서에 합의했지만 뉴욕타임스 등 다수의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자신의 보좌진에게 서명을 철회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 “왜 우리만 손해 봐야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캐나다를 떠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G7선언문을 거부한 배경을 설명했다. 원인은 결국 국제사회에 대한 미국의 막대한 지출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분담금으로 GDP의 1%만 지출하지만 미국의 GDP 대비 지출비율은 4%가 넘는다”며 1,51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내는 유럽연합이 공동방위비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동맹이든 적이든, 더 이상 미국과의 무역에서 이익을 놔 둘 수 없다”는 말도 있었다. 즉 미국이 각종 국제기구와 국제조약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면서도 상습적으로 무역적자를 내는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지출을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던 전임자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경제지표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1년여 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며 그가 제시한 근거 또한 ‘미국인들에 대한 매우 가혹한 경제적 부담’이었다. G7 정상회담 도중 나온 “미국을 세계의 돼지저금통으로 이용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동맹국에겐 관세를 부과하면서 보복관세에는 발끈하는 백악관의 모순된 모습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사례다. CNN은 정상회담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무역 문제에 있어서는 유럽연합이 중국보다 더 나쁘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는 다른 정상들에겐 먹혀들지 않은 듯하다. 캐나다와 미국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중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자신들을 “뒤에서 칼로 찔렀다”고 밝혔으며,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한 술 더 떠 “지옥에 트뤼도 총리를 위한 자리가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내놨다.

커들로 위원장과 나바로 정책국장이 정확하게 트뤼도 총리의 무엇을 문제 삼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떠난 후 열린 기자회견이 문제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트뤼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예정대로 보복관세를 시행할 것이며, “캐나다 노동자와 캐나다의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 러시아 복귀시키려는 트럼프, 반응 옅어

5년 전까지만 해도 G7 정상회담 대신 G8 정상회담이 열렸다. 2014년 봄,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합병하면서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축출됐고 지금과 같은 G7체제가 갖춰졌다. 이번 G7 정상회담에서는 G8 정상회담의 부활이 논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정상회담 재참여가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전 세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친 러시아 행보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서유럽 국가들은 마땅찮은 표정이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러시아가 정상회담에 복귀하려면 그들의 방식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또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진전 없이는 러시아의 복귀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한 마지막 국가가 미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는 논평을 내놨다.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는 주요국 정상 중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찬성했다. 법학자 출신으로 정계에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콘테 총리가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것이 적다.

한편 크렘린은 “러시아는 G7과는 차별화된 포맷을 고려하고 있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인디펜던트지는 러시아가 관계가 껄끄러운 서유럽 국가들이 많은 G8 대신 신흥국들이 다수 포진한 G20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질문을 받자 “G7 정상들을 모스크바에서 만날 수 있다면 기쁠 것이다”고 답했다.

현우진 기자  hwjin02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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