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설치기사들 처우 논란 여전… 임단협 난항, 노조 ‘파업예고’

25일 서울 종로 서린빌딩 앞에서 희망연대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파업선언.<희망연대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인터넷 설치기사 등 서비스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주목을 받았던 SK브로드밴드가 1년 만에 전운에 휩싸였다.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것으로, 여전히 하청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사측은 이에 대해 “최대한 교섭에 노력하겠다”며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다.

SK브로드밴드 홈앤서비스 노조는 25일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가결됐다”며 “이달 29일부터 30일까지 전 조합원의 1박2일 상경투쟁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 설치기사 처우 개선한다더니… 끊이질 않는 잡음 

지난해 7월 1일 출범한 SK브로드밴드 자회사 홈앤서비스는 ‘인터넷 설치기사의 처우개선’ 등을 기치로 내걸었다. 정부의 ‘비정규직 철폐 기조’에 코드를 맞춘 것으로, 당시 SK는 그룹차원에서 ‘이윤추구’를 정관에서 삭제하고 ‘사회적 기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인터넷 설치기사들의 처우 관련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예를 들면 기사들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교육을 의무 이수해야 하는데, 홈앤서비스는 온라인으로 교육을 제공하면서 개인시간을 들여 이수를 하게 해 논란이 일었다. 홈앤서비스는 지난 4월 노동청으로부터 ‘산업안전교육 미실시 및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미설치’로 과태료 부과와 시정명령을 받았다.

또 노조 측은 ‘비정규직 철폐’를 내걸은 홈앤서비스가 출범 2개월만인 지난해 9월부터 마트 영업직군을 비정규직으로 받아들였다는 지적도 했다. 아울러 최근엔 홈앤서비스 한 설치기사가 홀로 작업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지만,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노조는 ‘실적압박’에 2인 1조 작업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산재처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노조, 오는 29~30일 파업 예고

노사갈등이 격화된 건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다. 기사들의 월 기본급은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157만3,770원)과 비슷한 158만원에 불과해, 여전히 수당에 목맨 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달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법이 시행되면 기사들의 수입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홈앤서비스 노동자 중 67.2%가 주 50시간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 측은 ▲기본급으로 시급 1만원을 상향하고 ▲포인트제 폐지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과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노조는 “올해 4월부터 8차례 임금교섭을 진행, 지난달 31일 수정임금안을 제출키로 합의했다”며 “하지만 일방적으로 교섭을 취소하고선 업무가 바빠 준비 못했다며 노골적으로 교섭을 해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득이하게 교섭결렬을 선언 뒤 쟁의조정절차에서 이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며 “하지만 사측이 장시간·저임금 노동의 핵심원인인 포인트제 임금체계를 고집해 지난 15일 조정이 결렬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전환 하청센터 전환 ▲생활임금 보장 ▲유연근무제 반대 ▲안전일터 쟁취 등을 목표로 파업찬반투표를 진행, 찬성 68.2%로 마무리 됐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고객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을 계속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조 측의 주장을 인정 하느냐는 질문엔 말을 아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