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쉬만-허핀달지수로 나타낸 한국의 품목별 수출집중도는 지난 2017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편중현상이 그 원인이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수출은 언제나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작년 달성한 경제성장률 3.1%의 배경에는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한 수출이 있었으며, OECD는 한국경제가 수출을 바탕으로 2019년까지 3%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특정 품목에 집중되고 있는 한국의 수출산업구조는 잠재적 위험변수들에 대한 취약성도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격언을 새겨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 반도체 호황 따라가지 못하는 자동차·휴대폰·선박

허쉬만-허핀달지수는 한 산업의 시장집중도를 측정할 때 자주 사용되는 기법이다. 백분율로 나타낸 품목별 점유율의 제곱을 모두 더한 수치가 해당 산업의 품목별 집중도가 된다. 산업이 한 분야에 편중돼있을수록 값이 커지는 구조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김천구 연구위원이 허쉬만-허핀달지수를 통해 한국의 수출집중도 증감 동향을 분석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수출품목 편중현상은 심화되고 있었다. 한국의 2017년 품목별 수출집중도는 1,218p로 역대 최고였으며 2018년(1~5월)에도 1,210p로 여전히 높았다.

한국경제의 ‘수출집중품목’은 물론 반도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에 따르면 역대 월간 수출액 탑5중 4번이 최근 1년 사이에 발생했으며, 여기에는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반도체산업이 바탕이 됐다. 월간 반도체 수출은 올해만 두 번 1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최근 20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하는 중이다. 반면 자동차와 휴대폰 등 기타 제조업 분야는 업황 부진과 늘어난 현지생산비중 등으로 다소 부진하다.

연구자는 이에 대해 “반도체 경기가 둔화할 경우 전체 수출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업과 함께 부침을 겪었던 2010년~2014년 수출경기가 그 증거다. 전체 수출액 중 2009년에 12.4%, 2010년에 10.2%를 차지하는 등 전성기를 맞았던 선박산업은 이후 부진에 빠졌으며, 이는 한국의 수출경기도 둔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반도체의 수출경기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당분간은 호황이 계속되리란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보다 장기적으론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IT연구·자문회사 가트너는 지난 4월 반도체 시장규모가 2019년에 정점을 찍을 것이며, 2020년에는 감소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일본 대신 중국·베트남으로 향하는 수출선박들

수출품목에서만 편중현상이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 수출지역 또한 중국과 베트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1998년에 615p였던 지역별 수출집중도는 현재 1,018p로 높아진 상태다. 물론 1,931p를 기록했던 1986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당시와는 경제력의 차이가 극심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다. 그보다는 기업 및 정부의 수출다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역별 수출집중도가 꾸준히 높아져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2000년대 초반 빠른 속도로 늘어난 대 중국 수출의존도는 이후에도 증가세를 유지했다. 2000년에 점유율이 1.0%에 불과했던 베트남 시장은 최근 4,5년간 빠르게 성장하며 8.1%까지 확대됐다. 두 나라의 경제성장세가 뚜렷하고, 국제시장에서 분업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의 중간재가 이들 나라로 많이 수출됐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 선진시장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 석유의존형 산업구조, 유가상승에 취약

수출에 비하면 수입시장은 비교적 다변화가 잘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만 석유에 대한 의존도만은 여전했다.

지난 2016년 799p까지 낮아졌던 품목별 수입집중도는 최근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관측됐던 짧은 저유가 기조가 끝나고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최근 20년간 품목별 수입집중도를 나타낸 그래프는 국제유가의 증감과 굉장히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유가 상승세와 함께 수입집중도가 1,007p까지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석유제품·석유화학제품은 18년 5월 기준 전체 수출의 13.9%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GDP의 약 7.5%를 에너지 수입에 사용하고 있으며, 세계경제포럼이 2017년 발표한 에너지구조성과지표(EAPI)에서는 환경지속성 분야에서 세계 127개국 중 96위에 오르기도 했다. 수입의존도가 높고 가격변동성도 크며 환경에도 유해한 석유를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하려면 한국의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구조를 에너지 효율형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선행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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