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집무실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을 시연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3명의 청와대 수석급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불미스러운 의혹으로 사임한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사례를 제외하면, 정책적 목적을 가진 첫 번째 청와대 인사개편인 셈이다. 기존의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야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경제분야 국정과제를 추진하며 현안을 조율하는 경제수석에는 윤종원 OECD 전권대사가 임명됐다. 윤종원 대사는 OECD가 추천하는 ‘포용적 성장’의 경제철학을 가진 인물로, 청와대가 경제수석감으로 예전부터 점찍어 두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주요 경제정책과 ‘포용적 성장’의 모습이 큰 틀에서 같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 소득주도성장 유지 및 장하성 ‘재신임’

인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소득주도성장의 흔들림 없는 추진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전반을 담당하는 장하성 정책실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재신임으로도 해석된다. ‘임금주도성장’을 처음 제창했던 전임 홍장표 경제수석도 계속 중용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홍장표 전 수석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될 예정이다.

주목해야할 인선은 신임 정태호 일자리수석이다. 이해찬 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정태호 수석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무기획 비서관과 정책조정 비서관 등을 역임한 정책통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정책기획비서관을 맡아 정책기획위원회 출범 실무를 도맡아 진행하는 등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정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송인배 제1부속실장, 백원우 민정비서관,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과 함께 정 수석을 ‘친문핵심 5인방’으로도 분류한다. 실제 지난 20대 총선 당시 관악을에 정 수석이 출마하자 “정태호 동지를 당선시켜주시면 정권교체에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문 대통령이 발 벗고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 광주형 일자리 확산으로 실업문제 돌파 

왼쪽부터 새로 임명된 윤종원 경제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청와대 제공>

무엇보다 정 수석이 ‘광주형 일자리’ 실무에 관여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광주형 일자리란 광주시와 현대차가 합작해 광주에 생산공장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대차 근로자의 절반 수준으로 급여를 낮추는 대신 광주시가 주택·육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골자다. 사측은 생산단가를 줄일 수 있고, 지방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 대통령도 ‘광주형 일자리’에 수 차례 관심을 보였는데, 정 수석의 임명은 이 모델을 확산시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으로 볼 수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일자리수석으로 새로 임명된 정태호 비서관은 청와대 주요 비서관을 역임했고, 정당의 정책과 정무 업무를 두루 경험한 정치권에서는 상당히 드문 정책통으로 인정받는 분”이라며 “특별히 진행하게 될 ‘광주형 일자리’를 실질적으로 준비해 오신 분으로서 현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한층 더 힘을 싣겠다는 의지”라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사회혁신수석실을 시민사회수석실로 개편하고 이용선 민주당 양천을 지역위원장을 수석으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취지는 좋지만, 노·사·정·민 각각의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놓여있다. 이미 일부 노동계는 임금 하향평준화를 지적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선 신임수석은 시민운동과 노동운동, 제도권 정치를 경험한 인물로, 이들 사이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기 사회혁신수석실 설치는 새로운 혁신과제 발굴에 의미를 둔 것”이라며 “2기에는 출범과 함께 시민사회 전반으로 보폭을 넓히고, 종교·직능·노동·정치권까지 소통을 더 확대하고자 하는 의미가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수석실은 대통령이 사회와 만나는 창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폭이 넓은 활동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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