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와대 인사개편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세 명의 수석들이 27일 마지막 현안점검회의에 참석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유쾌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한 소회와 함께 인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떠나는 사람들은 남은 사람들에게 당부를, 보내는 사람들은 떠날 사람의 앞날을 축복해주는 자리였다.

‘마지막 인사’는 현안점검회의가 시작되기 전 임종석 비서실장의 제의로 이뤄졌다. 임종석 실장이 “떠나시는 분들 회의 전에 한 마디 하시겠느냐. 아니면 회의 끝나고 하시겠느냐”고 묻자 홍장표 경제수석이 “회의는 이미 충분히 했다”면서 바로 분위기가 조성됐다.

◇ 하승창 ‘감사’ 반장식 ‘죄송’ 홍장표 ‘홀가분’

가장 먼저 소감을 털어 놓은 사람은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이었다. 하 수석은 “지난 1년 동안 극적인 일이 많았다. 그 한 가운데에서 일하고 경험했던 게 행운이었다”며 “이런 기회를 준 대통령에게 감사를 드린다. 나가서도 보답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임 실장으로부터 발언기회를 먼저 받은 사람은 반장식 일자리수석이었다. 그러나 반장식 수석이 “서열이 있는데 사회혁신수석님부터 해야하지 않느냐”고 넘겼고, 하 수석은 “1년 동안 서열 안 따지더니 떠날 때가 돼서야 서열을 따진다”고 툴툴댔다고 한다. 참석자 모두가 크게 웃었던 대목이다.

하 수석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반 수석은 소회가 많았는지 꽤 길게 발언을 했다. 최저임금인상·비정규직 정규직화·노동시간 단축 등 자신이 담당했던 현안들을 일일이 언급하며 의미를 되새긴 반 수석은 “보람이 있었지만 국민들의 삶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 게 중요한 데 그 짐을 남겨두고 가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을 맡게 될 홍장표 경제수석은 오히려 홀가분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홍 수석은 “반장식 수석과 같은 날 들어와서 같은 날 손잡고 나가게 됐다. 지난 1년 동안 정부정책에 일대 대전환이 일어났다”며 “학자로서 주장하던 내용이 중요 정책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무한한 영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입이 있어도 말하기 조심스러웠는데 이제 재갈이 풀렸다. 앞으로 자유롭게 주장을 펼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 장하성 "우린 국민의 비서"

청와대 인사개편으로 수석에서 물러나게 된 반장식 일자리수석(좌)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중) 홍장표 경제수석(우)

이들을 떠나보내는 정의용 안보실장은 다음을 기약하며 농담 섞인 덕담을 건넸다. 정 실장은 “한 가족처럼 일했고 정이 많이 들었다. 모임을 만들어서 계속 연락하고 지내자”면서 “저에 비하면 여러분들은 창창한 나이다. 일흔 넘어 청와대에 다시 들어올 날이 있을테니 그 동안 몸관리 잘하라”고 당부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덕담이 오고 갔지만 마냥 웃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장하성 정책실장이다. 발언기회가 넘어왔음에도 장하성 실장은 한 참 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고 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두고 “비감했다”고 표현했다. 각종 경제지표를 통해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이번 청와대 인사개편이 이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장 실장의 심기가 편치 않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장 실장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정부정책의 부침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는 대통령 비서로 들어왔다. 국민의 비서”라며 “앞이 캄캄한 상황에서 촛불이 이 정권 만들었다. 훗날 국민의 힘으로 만든 정부가 세상을 바꿨다는 결과를 역사가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정체성과 방향을 흔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자기방식대로 해석하고자 하지만 여러분들이 결코 책임을 지고 떠나는 게 아니다.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고 그 추진력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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