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체복무제 입법을 촉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사실상 ‘위헌’이나 무효화에 따른 법의 공백과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의 개정까지 한시적으로 존속시킬 때 내리는 결정이다. 따라서 국회에는 위헌상태인 병역법을 개정해야할 의무가 부여됐다.

대체복무제란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군복무 대신 공익요원 등 사회적 이익을 위한 일에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제도다. 기본 4주의 군사교육을 아예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과 다르다. ‘양심’ 혹은 ‘종교’를 이유로 병역이나 집총을 거부하는 국민들에게 형태는 다르지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는 의미가 크다.

◇ 복무 난이도 및 기간 확대 한 목소리

대체복무제를 취하고 있는 국가는 대략 20여 개다. 다만 국가별로 대체복무의 기간과 내용은 조금씩 다른데, 과거 독일의 경우 종교시설 봉사활동이나 화재 현장 진압, 재해현장 구조대원 활동을 대체복무로 인정했다. 타이완의 경우는 중증환자 간호도 대체복무의 범위에 포함시켰었다. 국방부는 외국의 사례를 참조해 조속히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입대 보다는 다소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서는 대체복무제 관련 3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현역복무와 비교해 최소 1.5배에서 최대 2배까지 복무기간을 두고 있다. 현역입대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대체복무의 난이도를 높이자는 차원에서다. 대체복무요원들도 현역병과 마찬가지로 합숙생활을 하는 법률안도 있다.

대체복무 지원자격 기준도 중요 논의사항 중 하나다. 과거 대만의 경우 대체복무지원자격을 다소 느슨하게 한 결과, 지원자가 수천 명에 달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등 대체복무제의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평가가 있었다. 국내의 경우 매년 600여명 정도 나오는 ‘종교 혹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지원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나 논의 과정에서 다른 사안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역입영과 형평성을 고려해 대체복무의 난이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관련 없음. 뉴시스>

◇ 병역기피자 가려내기 위한 심사제도가 과제

대체복무제의 핵심내용은 아니지만, 병역기피자의 대체복무제의 악용을 막기 위한 ‘심사제도’ 역시 관심을 모으는 쟁점이다.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에는 국무총리실 혹은 국방부 산하에 심사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또한 한 차례의 심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에 걸쳐 진행하고, 복무기간 동안에도 지속한다면 병역기피자의 악용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국회 대체복무제 논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바라보는 시각은 정당별로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형평성을 고려한 대체복무제 도입에는 대체적으로 긍정하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대체 복무의 기간과 복무 강도를 적절히 정함으로써 대체복무제의 남용도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방부와 국회는 헌재의 결정대로 조속히 병역법을 개정하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여야 할 것”이라고 법률안 처리를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국방의 의무를 종교적 신념 때문에 거부하는 것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평가한 뒤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국민들께서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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