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공정위는 "공익법인은 사회 공헌 사업을 통해 공익증진에 기여해오고 있으나 동시에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등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최민석 기자] 대기업 산하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총수일가의 지배력 아래 있는 공익법인이 그룹 내 핵심 지분을 집중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실태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 법인은 사회 공헌 사업을 통해 공익증진에 기여해오고 있으나 동시에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등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번 실태 조사 결과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들의 자산 구성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공익법인의 4배에 이르렀다. 보유 주식의 대부분(74.1%)은 계열사 주식이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165곳 가운데 66개(40%)가 총 119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119개 계열사 중 57개사는 공익법인 이외에 총수 2세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계열사 주요 주주 역할을 겸하고 있는 공익법인은 의결권 행사에서 모두 찬성했다. 표면상 ‘공익’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공익법인이 그룹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계열사들과 내부거래를 하는 공익법인도 더러 있었다. 165개 공익법인 중 2016년 그룹 계열사와 증권, 자산, 상품용역 거래 중 어느 하나라도 있는 곳은 100개(60.6%)였다. 특히 상품용역거래가 있는 공익법인이 92개에 달했다. 공정위는 “내부거래는 대부분 계열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나, 동일인의 친족과 부동산 거래 또는 상품용역거래를 한 경우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 또는 사익편취 등에 이용되었다고 의심되는 사례도 발견됐다. 총수 2세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A공익법인은 계열사 간 합병으로 인해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지분을 공익법인 재산으로 매입했다.

계열사 우회지원이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총수가 이사장인 B공익법인은 다수 계열사로부터 45억원의 현금을 증여받아 다음 달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 같은 점들을 토대로 공정위는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이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공익증진에 기여해 왔으나 ‘총수일가의 지배력확대’, ‘경영권 승계’, ‘부당지원·사익편취’ 등에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공익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며 “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며, 향후 토론회‧간담회 등 외부 의견수렴을 거쳐 공정위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