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사장 김세용·사진)가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에 유난히 더딘 모습을 보이면서 SH공사를 이끌고 있는 김세용 사장의 입장도 적잖이 난처해졌다. 사진은 지난 1월 김세용 사장 취임식 모습. < SH공사>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SH서울주택도시공사(사장 김세용·이하 SH공사)가 난항에 빠졌다. 비정규직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해서다. 올 상반기 내 무기계약직 456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하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여타 공기업들이 정규직 전환 문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SH공사만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 김세용 사장 입장에선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1년째 ‘답보’ 상태

앞서 지난해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11개 투자출연기관의 무기계약직 전원(2,44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7대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처우 등 구체적인 사항은 각 기관별 노사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서울시 산하기관 11곳 중 정규직 전환을 완료한 곳은 서울연구원, 서울신용보증재단, 서울복지재단, 문화재단,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이다.

노사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무기계약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특히 무기계약직 규모가 큰 곳은 더욱 그렇다.

올 초 취임한 김세용 사장에 대해 기대감에 쏠린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전임 사장이 노조와의 소통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김세용 사장의 리더십이 정규직 전환 문제를 순탄하게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쏠렸던 것.

하지만 김세용 사장 역시 이 문제를 풀어내기 녹록지 않은 모양새다. SH공사 측은 지난해 12월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통합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조와 의견 조율을 하고 있지만, 정규직 전환시 처우문제 등을 이유로 진척이 더딘 상태다. 일반직과 기술직의 업무성격과 인사제도가 이질적이어서 직군 통합에 어려움이 겪고 있는 것. 여기에 일반직과 기술직 노조간 갈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SH공사는 지난 4월까지 무기계약직 전원을 정규직 전환하겠다고 서울시에 통보했다가, 노조와의 협상에 더딘 모습을 보이면서 6월 말로 미뤄졌다. 그러나 이 역시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앞으로도 순조로운 모습을 보일지 장담할 수 없다.

반면 SH공사와 함께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인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3월, 전국 지자체 산하기관 최초로 무기계약직 전원을 정규직화 한 상태다. 건설관련 공기업인 LH 역시 지난해 기간제 근로자 1,261명을 정규직 전환임용한데 이어 지난 5월 파견 용역근로자 1,772명의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정규직 전환 문제는 문재인 정권의 ‘비정규직 제로화’와도 맥이 닿아있는 부분이다. SH공사 입장에선 이래저래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 SH공사 “노노 갈등, 6월 합의 지키지 못해… 조만간 합의 가능할 듯”

무기계약직 전면 정규직 전환이 늦어지자 서울시는 지난 6월 초 투자출연기관에 “정규직 전환이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사 협의에 임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기관에 발송하기도 했다.

이에 SH 관계자는 “분위기는 어느정도 무르익었다는 판단”이라면서 “현재 노조가 3개라 합의하고 설득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문제는 조만간 노사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금 늦어졌지만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합의에 이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김세용 사장이 노조와의 면담을 거부했다는 일부 주장과 관련해서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며 “사장님이 이 문제에 적극적인 만큼 잘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노사간 합의도 필요하지만 노노간 갈등도 있어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SH공사는 중앙정부에서 추진 중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정책’ 대상에도 포함된다. 서울시에서 추진중인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정책과 함께 병행 추진 중이다.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 돼야 비정규직(파견, 기간제 등)을 정규직으로 편입하는 작업을 할 수 있지만,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에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는 만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험로가 예상된다.

설상가상, 조만간 발표를 앞두고 있는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도 김세용 사장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SH공사는 지난해, 2016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한 ‘경영평가’에서 15개 도시개발공사 중 종합순위 8위(85.58점)를 기록했다. 88.14점을 기록했던 전년도(4위)에 비해 뚝 떨어진 성적표다.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SH공사는 임대아파트 화재사고로 인한 입주민 인명사고 발생으로 리더십·전략(6위) 부문에서도 감점을 받았고, 고객만족도(81.54점) 역시 15개 도시개발공사(평균 83.19점) 중 10위로 전년도 동일수준의 하위권에 위치했다.

2017년 실적을 기준으로 한 경영평가 결과는 오는 8월 초 발표가 예상된다. 물론 평가 대상 기간이 지난해로, 김 사장 취임 전의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임기 간 ‘과제’가 된다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골치를 앓고 있는 정규직 전환 문제는 내년 평가에 반영된다.

한편 김세용 사장은 올 초 SH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미래먹거리 개발,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한 도시재생, 공간복지 구현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최적화하는 등 안팎으로 분주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정규직 전환 문제에 관해서는 좀체 나아가지 못하며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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