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본부장 인선을 둘러싸고 공정성 훼손 논란을 일면서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난처한 처지에 몰렸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갈수록 태산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 과정을 두고 잡음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은 CIO 공모 절차 진행결과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를 결정했다. 수개월 간의 인선 과정이 ‘허사’로 돌아간 것도 허탈한 일인데 1차 인선 절차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같은 주장을 한 이는 1차 공모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다.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CIO 공모 과정이 시작되기 전, 청와대 핵심 관계자로부터 지원 권유를 받았고 이후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으로부터 사실상 내정 통보에 가까운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 청와대 CI0 인선 불공정 개입 논란… 김성주 이사장 월권 파문도

635조원에 달하는 기금운용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는 1년째 비어있다. 강면욱 전 본부장이 지난해 7월 자진 사퇴 한 뒤 아직까지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2월부터 뒤늦게 인선 절차가 시작됐지만 이마저도 삐걱거리고 있다. 적격 후보를 선출하지 못하면서 최근 재공모가 결정됐다. 이같은 결정을 두고 뒷말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폭로’가 불씨를 더 키웠다.

곽 전 대표는 인선 절차에 청와대 측의 과도한 개입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곽 전 대표는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CIO 공모 과정이 시작되기 전인 1월 말 장하성 청와대 실장에게서 연락을 받았다”며 “당시 장 실장이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좋게 보고 있다’는 말을 건내며 지원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성주 이사장이 지난 4월 하순에 직접 곽 전 대표에게 연락을 취해 사실상 내정 통보에 가까운 뉘앙스의 말을 흘렸다고 주장하며 인사 절차 과정에서 불공정 의혹을 제기했다.

곽 전 대표는 1차 공모에서 최종 후보 3인에 들었던 인사다. 일찍감치 ‘내정설’이 돌면서 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탈락했다. 서류와 면접에서 최고점을 받고도 탈락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CIO 인선은 국민연금이 기금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3~5배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청와대 검증을 거쳐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은 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김이 가해지는 구조지만 인선과 검증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같은 지원 권유가 있었다는 사실은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후보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특정 후보에게 연락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이사장도 마찬가지다.

◇ 독립성 지킨다더니 … 김성주 이사장 취임사 진정성 의문 

이같은 주장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덕담 차원에서 장 실장이 연락을 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장 실장이 (곽 전 대표에게) 지원해보라고 전화로 권유했다고 한다”며 “다만 장 실장이 전화로 ‘잘 되기를 바란다’는 덕담 차원의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전 대표가 탈락한 배경에 대해서는 “정부 인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검증 과정에서 탈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CIO 인사를 둘러싼 공정성과 독립성 훼손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CIO 자리의 독립성 우려도 또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CIO직은 노후 자금을 운용하고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공정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논란 사태가 이를 대표한다.

이에 김성주 이사장은 취임 당시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지켜내겠다”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이같은 발언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커지게 됐다.

이번 논란에 대해 공단 측의 입장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국민연금 관계자는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고 말했다. 연락처를 남겼으나 현재까지도 회신이 없는 상태다.

기금운용본부는 이번 인선 잡음으로 조직 혼란이 더 가중될 전망이다. 기금운용본부 인력 이탈과 최고 실무진의 부재로 조직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기금운용본부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인사마저 사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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