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필수적이다. 한국은 경제규모에 비해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엑시트가 매우 적으며, 낮은 M&A 비중이 그 원인으로 뽑힌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스타트업 인수‧합병이 드문 한국의 풍토가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제무역연구원은 9일 ‘미국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경제기여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R&D 투자비율이 전체 산업계 평균보다 높거나 과학‧기술‧공학‧수학분야 근로자가 많은 스타트업을 가리키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은 일자리 증가와 임금상승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기준으로 기술기반 스타트업은 일반 스타트업에 비해 평균연봉이 2.76배 높으며, 하이테크 업종과의 연봉격차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6~10년차 기업의 경우 고용증가율은 일반 스타트업의 3배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이 아직까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모습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리서치 기관 CB인사이트가 2016년을 기준으로 국가별 기술기반 스타트업 엑시트(창업자의 출구전략‧투자자의 자금회수) 순위를 조사한 결과에서 한국은 순위권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필리핀‧포르투갈‧에스토니아가 공동 38위로 한국보다 순위가 높다. 미국이 1위, 영국이 2위를 차지했으며 아시아 국가 중에선 인도(3위)와 중국(11위)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이에 대해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IPO(기업공개)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며, IPO 성사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길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벤처캐피탈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엑시트 중 M&A(인수‧합병)의 비중은 단 3%에 불과하다. IPO가 27%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대부분 주식과 채권의 매각 및 상환을 통한 자금회수였다. 반면 미국의 경우 전체 엑시트의 86%가 M&A로 이뤄졌으며 IPO의 비중은 9%에 불과했다.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엑시트 숫자와 M&A 비중은 투자자금 회수와 재창업‧재투자라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선순환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뽑힌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임정우 센터장은 한국에서 스타트업 M&A가 쉽지 않은 이유로 대기업 위주의 하청관계와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매력 저하, 그리고 M&A 전문가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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