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왼쪽)이 테레사 메이 총리의 '온건한 브렉시트' 정책에 반발해 사임했다. 후임자는 제레미 헌트 보건사회부 장관이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하루에만 두 명의 장관이 영국 내각을 떠났다. 브렉시트 노선을 두고 총리와 의견충돌을 빚은 것이 원인이다.

BBC 등 현지 언론은 9일(현지시각) 오전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과 스티브 베이커 브렉시트부 차관이 테레사 메이 총리의 ‘온건한 브렉시트’ 정책에 반발해 동반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이 사임했다.

데이비스 장관은 유럽연합과의 브렉시트 협상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보리스 존슨은 런던시장을 역임할 당시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찬성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영국과 유럽연합의 완전한 분리를 뜻하는 ‘하드 브렉시트’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내각을 대거 이탈한 셈이다. 존슨 장관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새 외무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소프트 브렉시트’의 지지자로 분류되는 제레미 헌트 보건사회부 장관이다.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메이 총리가 내세운 하드 브렉시트와 소프트 브렉시트의 절충안을 ‘반쪽짜리 브렉시트(세미 브렉시트)’라고 불러왔다. 메이 총리는 집권 첫 해까지만 해도 하드 브렉시트를 강경하게 밀어붙였지만, 최근에는 유럽연합과의 관계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전환한 모습이다. 존슨 전 장관은 메이 총리에게 보내는 사임서에서 지난 6일(현지시각) 발표된 브렉시트 계획안이 “이민자와 단일시장 접근권 문제에 대한 숙고가 부족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영국은 오는 2019년 3월 29일까지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하드 브렉시트’의 지지자였던 두 장관이 내각을 떠나면서 영국의 협상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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