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홍 트럼프'로 불렸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미국 정부가 남한의 좌파 정부를 도와줄 것이라고는 상상해본 적도 없다”(I never imagined a U.S. government would help a leftist government in South Korea)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해 불만 섞인 평가를 쏟아냈다. 

그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이 매체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는 외교를 비즈니스 거래처럼 보는 사람이라는 게 드러났다(Trump turned out to be a person who takes diplomacy as something similar to a 
business transaction)”며 “자신이 했던 말을 지키지 않는 사람(He didn’t stick to his words)”이라고 비판했다.

19대 대선에서 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던 홍 전 대표의 당시 별명이 ‘홍 트럼프’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홍 전 대표의 이 같은 비판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홍 전 대표는 거침없는 발언과 소수자·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말을 내뱉으며 ‘한국의 트럼프’라는 별칭을 얻었다. 홍 전 대표 스스로도 ‘우파 스트롱맨(strong man)’을 자처하며 ‘트럼프 마케팅’을 펼쳤었다.

홍 전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은 북미 정상회담이었다. 홍 전 대표는 북미 정상회담 직후 당 회의석상에서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은 제네바 합의나 9.19 공동선언과 비교해서 턱없이 못 미치는 정치 선언에 불과하다”며 “이러니 해외언론과 전문가 대부분이 김정은이 완승했고 트럼프가 완패했다고 평가하는 게 무리가 아니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결국 홍 전 대표는 ‘안보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6·13 지방선거 참패라는 결과로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홍 전 대표와 이준석, 강연재 등 보수 정치인의 발언을 종합해 보도하면서 홍 전 대표를 '구세대 보수'라고 칭했다. < WP 화면 갈무리>

WP는 홍 전 대표를 비롯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 강연재 한국당 당협위원장 등 보수진영 정치인들과의 인터뷰를 종합해 보도하면서 “almost 18 months into his presidency, many acknowledge 
that Trump has been a disaster for South Korea's beleaguered conservative movement(트럼프 대통령
이 집권한 지 약 18개월이 지나자 남한의 보수 세력에게는 재앙이 됐다)”고 분석했다.

‘젊은 보수’로 분류되는 이 위원장과 강 위원장은 WP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 보수가 처한 상황과 위기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하로 갔다(she was going down to the basement)”며 더 이상 보수가 박 전 대통령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국민이 북한과의 평화를 원한다는 게 분명하니 보수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WP는 이들과 홍 전 대표의 발언을 종합해 전달하면서 “For older conservatives like Hong, such an adaptation could prove harder(홍 전 대표처럼 낡은 보수는 이에 순응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비판 섞인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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