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주자들은 모두 '친문 마케팅'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범계 의원, 김진표 의원, 송영길 의원, 김두관 의원, 최재성 의원.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여당은 보이지 않을수록 좋다. 여당이 많이 보이고 견제가 뚜렷하다는 것은 국정운영에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여당 대표는 안 보이는 것을 감수해야 하므로 무턱대고 ‘할 말은 하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최재성 의원의 출마선언문 일부다. 최 의원은 “때론 당이 청와대를 강하게 이끌어야 하고, 반대로 우직하게 청와대를 밀어주기도 해야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다”고 했다.

여전히 대통령 지지율이 정당 지지율보다 높은 상황에서 차기 당 대표 후보들은 모두 ‘친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수직적 당청관계’는 거부하지만, 불필요한 당청갈등을 막기 위해서는 청와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집권여당 전당대회가 ‘어대문’(어차피 당 대표는 친문)으로 흐르면서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까지 출마선언을 한 당권주자들의 출마선언문에서 ‘수평적 당청관계’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후보는 없다. 최재성 의원은 “당과 청와대와의 관계는 수직적 관계가 아닌 ‘배려와 설득의 관계’여야 한다”며 “저 최재성이 ‘당청의 신동반적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했다. 김두관 의원은 “주류도 없고 비주류도 없는 수평적인 정당,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하나로 똘똘 뭉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송영길 의원은 “촛불혁명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를 끝까지 지키는 당대표가 되고 싶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마지막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 나가겠다“며 ”문재인 후보를 당선시켰던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의 자세로 당의 대표가 된다면 명실상부한 민주당 정부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고, 박범계 의원은 ”우리 당을 싱크탱크로 만들어서 결코 문 대통령 혼자 뛰지 않게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 5일 민주당 소속 초선의원들이 모여 “정부와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차기 지도부가 나왔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아니다 싶을 땐 고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후보들이 대통령과의 친분관계를 탈피하고 자신만의 노선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던 것과는 결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 "분열되면 총선참패"… 열린우리당 반면교사

당원의 표심이 중요한 전당대회에서 ‘친문 마케팅’은 어쩔 수 없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층의 대부분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로 구성된 상황에서 ‘친문’ 지지자들의 표심을 거스를 수 있는 발언을 누가 하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투표 비율을 대의원 및 재외국민 대의원 이메일투표 45%, 권리당원 ARS투표 40%, 국민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로 정했다.

여당이 분열되고 극심한 당청갈등에 시달리면서 지방선거·대선·총선을 연속 참패했던 열린우리당 시절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작용으로 대선·지선에서 승리했지만, 향후 2년 간 당청갈등 혹은 계파갈등이 불거질 경우 총선 참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당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진표 의원은 출마선언에서 “우리는 열린우리당 시절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004년 총선에서 152석으로 출발하고도 당이 분열되고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림으로써 정권을 내줬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두 번 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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