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출범 1년째를 맞아 26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1년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카카오뱅크가 내일(27일) 첫돌을 맞는다.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출범 1년만에 괄목한만한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630만명의 가입자수를 확보한데다 여신액은 7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같은 외형적인 성장이 실속으로 이어지려면 아직은 가야할 길은 멀다.

◇ 가입자수 633만명 돌파, 여신액 7조원

카카오뱅크는 26일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미디어 데이를 갖고 지난 1년간의 운영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상품·서비스 계획을 밝혔다. 발표에 나선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출범 1년을 맞은 데에 뭉클한 소회를 밝히며 “그간 큰 관심을 보내준 고객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심은 뜨거웠다. 지난해 7월 27일 오픈한 카카오뱅크는 영업개시를 하자마자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려 전산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오픈 3일만에 100만명이 신규 계좌를 열어 금융권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선발주자인 케이뱅크와의 격차도 멀찌감치 벌렸다.

1년째를 맞은 카카오뱅크 계좌 개설 고객수는 6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가입자수는 633만명에 달한다. 윤 공동대표는 “지난 1년간 5초에 1명씩, 경제활동 인구 10명 중 2명이 카카오뱅크 계좌를 만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여·수신 규모는 15조원까지 치솟았다. 7월 중순 현재 수신(예·적금)은 8조6,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품별로는 정기예금이 50.0% ▲보통예금이 29.1% ▲자유적금이 20.9% 순을 보였다. 특히 올해 6월말 서비스를 시작한 26주적금은 출시 20일만에 신규 계좌개설 수가 30만좌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여신(대출잔액기준)은 7조원에 달한다. 상품별로는 마이너스통장이 48.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용대출 43.7%, 전월세보증금 대출과 비상금대출이 각각 4.3%와 4.0%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선보인 ‘전월세보증금 대출’은 누적 약정금액이 4,000억원을 돌파했다.

해외 송금 건수는 21만건을 돌파했다. 체크카드는 전체 계좌개설 고객의 78%인 500만명이 신청했다. 이는 지난해 금융권 전체 체크카드의 누적 순증 규모 696만장의 71%에 해당된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상에서 24시간, 365일 언제라도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편의성을 바탕으로 금리 혜택 ▲ATM 수수료 면제 ▲간편 송금·이체·대출 서비스를 내세워 금융소비자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이날 이용우‧윤호영 공동 대표는 “앞으로도 고객 중심적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고객에게 새로운 은행 경험을 제공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향후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자체 중신용 대출 확대·연계 대출 ▲계좌번호 없이 가능한 ‘모바일 해외 특급 송금 서비스’ ▲쉽고 간편하게 확인하는 ‘신용정보 조회 서비스’▲‘펌뱅킹 확대·지방세 가상 계좌 서비스’ 제공 ▲보안 인증 강화에 대한 자세한 계획을 설명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제 역할을 다하고 사업적인 실속을 갖추려면 남아있는 숙제는 적지 않다. 이는 카카오뱅크 경영진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 공동대표는 “카카오뱅크는 1년째 오픈 중”라는 말로 사업 안착을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점을 인정했다.

◇ 자본확충 숙제… 기업공개 추진 대안될까 

일단은 수익 구조 개선이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1년을 맞은 현재, 적자 상태다. 출범 초기 투자 금액이 많으니, 적자 구조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적자 구조는 이어졌다. 희망적인 점은 점차 손실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지만 언제쯤이면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업계에선 수신액이 10조원을 넘어서면 턴어라운드의 희망이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카카오뱅크 경영진은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이 공동대표는 흑자 전환 시점에 대해서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용우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 대표가 26일 미디어데이를 열고 출범 1년 성과와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카카오뱅크 제공>

앞으로 카카오뱅크는 흑자전환을 위해 영업에 고삐를 강하게 조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를 위해선 걸림돌이 한가지 있다. 바로 자본확충 문제다.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위해선 실탄이 필요하다.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 규제에 발목 잡혀 자본확충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래 5,000억원씩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성공해 총 자본금을 1조3,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유상증자의 난항을 겪고 있는 케이뱅크와는 비교된다. 하지만 앞으로도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다. 은산분리 규제로 카카오의 증자 참여가 제한된 상황인 만큼 나머지 주주들이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다른 자구책을 검토하고 있다. 바로 ‘기업공개(IPO)다. 하지만 상장이라는 절차가 마냥 녹록지는 않을 터. 수익 구조와 건전성, 기업 가치, 당국과의 이해 관계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검토돼야 하는 만큼 당장 실탄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이날 이 공동대표는 “지금까지 여신규모와 증가속도를 봤을 때 특별히 IPO 이전에 자본 확충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양한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범 취지에 부합할만한 역할을 해내는 것도 숙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중금리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독려해 출범했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시중은행처럼 이자장사를 하며 중·저신용자대출 확대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경영진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요구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산 오류에 대한 철저한 대비, 보안 시스템 강화, 금융서비스 혁신 등 다양한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과연 카카오뱅크가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며 실속을 갖춘 성장을 이룰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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