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리뉴얼한 아모레퍼시픽의 오설록 명동점의 모습. <아모레퍼시픽>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사드 보복에 따른 여파로 올해 상반기 역신장을 예고한 아모레퍼시픽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유일한 식음료 사업이자 창업정신이 서려 있는 녹차 사업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아모레퍼시픽은 1979년 서성환 선대회장이 제주도 황무지에 녹차 밭을 일구기 시작하면서 맺은 녹차와의 인연을 40년째 이어오고 있다.

◇ 아모레퍼시픽, 녹차 사업 ‘안 풀리네’

아모레퍼시픽의 녹차 브랜드 오설록이 좀처럼 제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서도 뒷걸음질 치는 형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차 관련 시장은 3,000억원대로 추산된다. 매년 200~300억 가량 증가해 오는 2020년에는 4,000억 규모에 다다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차 수입량 역시 2009년 448톤에서 지난해 807톤으로 2배 가량 200~300억씩 증가하는 추세다.

차가 커피의 대체재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의 관련 사업은 되레 후퇴하는 모양새다. 아모레퍼시픽의 녹차 브랜드인 오설록의 사업 현황을 엿볼 수 있는 생산 지표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꺾였다.

배우 유아인을 모델로 채용해 홍보 효과가 극에 달했던 2013년 1,776억원까지 치솟았던 충청북도 진천의 설록차사업장의 생산 능력은 지난해 418억원으로 급감했다. 생산실적도 곤두박질 쳤다. 2013년 1,168억원에 달했던 진천 공장의 녹차 생산실적은 4년 새 282억원으로 반의 반토막이 났다.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진천 녹차 공장은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생산 기지 중 가동률 꼴찌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70%대에 머물러 있던 진천 공장의 가동률은 2016년부터 60% 대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67.5%를 기록하면서 스킨케어(오산), 메이크업(오산), 데일리뷰터(대전) 사업장 중 가동률 100%를 넘지 못한 유일한 공장으로 남게 됐다.

◇ 아모레 “프리미엄 전략 때문”… 매출 공개는 ‘불가’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015년 무렵부터 진행한 프리미엄 전략에 따라 마트에서 저가형 티백을 철수하면서 전체 녹차 생산량이 감소했다”면서 “하지만 오설록의 개별 매출은 상승하고 있어 프리미엄 전략이 성공했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사업보고서에서는 물론, 오설록의 개별 매출에 대해서는 외부에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단 헤어와 바디 등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데일리뷰티(DB)와 통합한 매출 실적에 관한 정보는 열어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DB&설록 사업 부문의 통합 매출은 2015년 5,008억원에서 지난해 4,576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매출에서 해당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0.5%에서 8.9%로 감소했다.

프리미엄 전략의 일환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설록의 녹차 전문 카페 ‘티하우스’는 전국에 14개 점포를 운영 중인 상황. 1호 매장인 명동점이 2004년 문을 열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1년에 1개 점포씩 증가한 셈이다. 그 사이 5년 늦게 시작한 경쟁 브랜드 오가다는 104개 점포를 보유하며 대표적인 차 카페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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