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요금과 전기요금 등 정부가 가격결정에 관여하는 품목들의 물가인 '관리물가'는 기타 소비자물가보다 더 느린 속도로 상승해왔다. 이는 전체 물가상승률을 낮게 유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식당 메뉴부터 생필품까지, 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랐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숫자로 나타나는 물가지표와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생활물가의 괴리가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기요금과 통신비 등 정부가 관여하는 품목들의 가격이 낮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 ‘21.2%’ 관리물가가 전체 물가상승률 제약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5·6월 소비자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1.5%였다. 물가상승률이 0%대를 기록했던 15·16년에 비해선 다소 높아졌지만, 한국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가 2%라는 점에 비춰보면 여전히 낮다.

‘관리물가’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들을 대상으로 편성한 가격지수다. 어떤 품목들이 포함될지에 대한 국제기준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정부가 직접 가격을 지정하는 공공요금과 승인·인가 등의 형태로 간접적 행정관리를 받는 품목들이 포함된다.

2018년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460개 품목 중 관리물가로 분류된 품목은 40개다. 이 비율은 2005년 6.1%에서 2010년 7.1%, 2018년 8.7%로 점차 높아져왔으며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교육기관납입금과 보육·의료 등 복지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재정지원이 확대된데 기원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따라 보험서비스료와 병원검사료가 관리물가 대상으로 신규 편입됐다.

가중치까지 감안하면 관리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진다. 40개 관리물가 품목이 소비자물가 가중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2%며, 이 중 주택·수도·전기·연료 분야의 16개 품목만 17%에 달한다. 편제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영국·독일·프랑스 3개국 평균이 12.9%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관리물가의 상승률은 전체 물가상승률을 제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2006년부터 2018년 6월까지 관리물가의 평균 상승률은 1.2%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2.3%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2016년 이후부터는 관리물가가 0% 초반대의 증가율, 때로는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한 때도 있었다. 최근 수년간 계속된 저물가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관리물가가 지목된 이유다.

◇ 과도하게 낮을 경우 통화정책 교란 우려… ‘복지 증진’ 이점도

한국의 공공요금이 과연 높은 수준인가 낮은 수준인가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지표상 최근 관리물가의 상승률이 다른 420개 소비자물가 품목보다 훨씬 낮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관리물가를 제외한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의 상승률은 올해 1분기에 1.6%, 2분기엔 2.2%로 금융당국의 목표치를 이미 달성했다.

낮은 물가상승률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다. 금리인상 결정의 이유로 물가상승률 추세가 중기적 관점에서 목표치를 달성했음을 명시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보고서, 그리고 기준금리 인상을 위해선 더 가시적인 근원물가의 상승세가 관측될 필요가 있다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사록들이 이를 증명한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리물가의 위험성 중 하나로 ‘통화정책을 교란할 위험’을 언급한 이유다.

가격구조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관리물가는 물가상승률을 둔화시키고 생산 측면의 비효율성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반면 복지 증진과 사회 안정성 제고라는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가 복지정책 확대를 정책기조로 설정해둔 만큼,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관리물가의 영향력도 앞으로 더 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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