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정부 북방경제협력위원장과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각각 맡았던 송영길, 김진표 후보와 ‘친노 좌장’으로 통하는 이해찬 후보의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과거의 ‘친문 대 비문’ 구도가 옅어진 모양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8·25 당 대표 선거가 송영길·김진표·이해찬(기호순) 후보 3파전으로 압축되면서 당내 최대주주인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북방경제협력위원장과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각각 맡았던 송·김 후보와 ‘친노 좌장’으로 통하는 이 후보의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과거의 ‘친문 대 비문’ 구도가 옅어졌기 때문이다. 세 후보들은 예비경선(컷오프)에서 고배를 마셨던 최재성·박범계 의원 등 또 다른 친문 의원들에게 물밑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016년 전당대회에선 ‘비문’으로 분류됐던 송 후보도 ‘친문’을 자처하고 나섰다. 송 후보는 3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세 후보 중 가장 최근까지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셋 중에 제가 가장 친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 후보를) ‘친노’라고 얘기한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보다 선배였고 더 윗사람이었으니 문 대통령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이 후보에 대한 견제구를 던졌다.

김 후보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 ‘3철’에 속하는 전해철 의원의 지지를 받고 있다. 당권 도전을 고민하다 막판 불출마로 입장을 바꿨던 전 의원은 김 후보의 컷오프 통과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초기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김 후보 캠프에 전 의원이 합류하면서 김 후보의 친문 색채도 더 짙어진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를 지냈고 당 대표 경험이 있는 7선 의원 이 후보의 강점은 ‘경륜’이다. 당내에서는 이 후보가 당 대표를 하게 되면 청와대에 제 목소리를 내고 사안에 따라 당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수평적 당청관계’가 정립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2016년 전당대회는 ‘친문’ 당원들의 존재감이 승패를 가른 선거였다. 인지도가 낮았던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와 김병관 의원이 ‘문재인 영입인사’로 분류되면서 60%대 지지를 받아 최고위원직을 얻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이번 8·25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투표반영비율을 2년 전보다 10%p 높였다.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10%, 일반당원 5%다. 때문에 세 후보는 권리당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컷오프에서 탈락한 의원들 영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올드보이’ 김진표·이해찬… ‘비문’이었던 송영길

김 후보와 이 후보의 단점은 ‘올드보이’ 이미지다. 오랜 정치생활로 신선한 이미지를 주기 어렵다. 4선인 김 후보는 1947년생(71세)이고 이 후보는 52년생(66세)이다. 인천시장을 지낸데다 4선인 송 후보가 ‘세대교체론’을 내세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서 “죽은 세포는 물러나고 새로운 세포가 생성돼야 조직이 건강하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게 어떤 콘텐츠로 문재인 정부에 도움이 될 사람인가 인데, 잘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체력과 정력, 힘으로 뒷받침하는 게 부차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즉각 반박했다. 그는 “개혁이나 혁신은 나이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륜과 의지로 하는 것”이라며 “(올드보이 이미지는) 저를 잘 모르는 분들의 피상적인 관찰일 뿐이다. 금융실명제, 부동산 실명제, 주5일제 도입 등 우리나라 중요한 경제 개혁 중 제 손을 안 거친 게 없다”고 축적된 경험치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북지역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은 시대정신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에 맞는 정책을 탑재하는 것이지 나이로 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대통령보다 선배여서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과는 서로 격의 없는 사이여서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 총리, 당 대표는 각자의 역할이 있는 만큼 서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후보와 이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문 대통령과의 인연이 많지 않은 송 후보가 ‘친문’이 대부분인 권리당원들의 표심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그는 2016년 전당대회 예비경선에서 탈락했었다.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만들어나갔다는 평가다. 송 후보는 자신을 ‘신(新)문’으로 분류하면서 가장 최근까지 북방경제협력위원장으로서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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