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토건이 중흥건설을 제치고 그룹 내 최고 계열사로 등극했다. 중흥토건은 차기 회장으로 지목받고 있는 정원주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라 경영 승계가 본격화 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중흥건설 본사 전경. <네이버 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중흥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차기 회장으로 지목된 중흥 2세 정원주 사장의 입지가 점차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정 사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중흥토건이 중흥건설을 제치고 그룹 내 최대 계열사로 등극한 것이다. 하지만 중흥토건의 성장 비결 이면에는 내부거래가 자리 잡고 있어 논란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 중흥건설 자리 꿰찬 정원주 사장의 중흥토건

중흥토건이 대기업 반열에 오른 중흥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매출 규모에서 이미 중흥건설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건설업계의 ‘피파랭킹’이라 불리는 시공능력평가에서도 역전을 일궈냈다.

지난 27일 발표된 2018시공능력평가에 따르면 중흥토건은 토목, 건축 분야에서 22위를 기록하며 사상 첫 20위권대 진입에 성공했다. 상위권에 속하는 3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건설사 중 15계단 상승한 반도건설(12위) 다음으로 가장 많은 13단계가 뛰어 올랐다.

반면 중흥건설은 3년 만에 50위권대로 밀려나는 굴욕을 맞봐야 했다. 전년 대비 무려 20계단이 하락하면서 59위에 랭크됐다. 매출 규모에서 2배 이상 벌어진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의 그룹 내 입지가 올해를 기점으로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업계 한켠에서는 이처럼 달라진 두 기업의 위상을 통해 중흥그룹의 경영승계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한다. 바로 중흥토건이 중흥그룹 2세로서 차기 회장으로 지목되고 있는 정원주 사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간 재계 일각에서는 중흥토건을 향해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던 게 사실이다. 정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중흥토건은 최근 몇 년 사이 의결권을 가진 직속 자회사를 늘려 왔는데, 이를 두고 중흥토건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흘러 나왔다. 연결 실적을 통해 중흥토건의 매출 규모가 확대되는 효과는 물론, 정 사장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자회사를 통해 안정적인 일감을 공급받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 시평 13단계 점프한 중흥토건… 비결은 ‘내부거래’

실제 중흥토건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그룹 일감을 통해 얻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중흥토건의 전체 매출(1조3,066억) 중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64%(8,317억)에 이른다. 이 가운데 중흥토건의 종속기업 6곳에서만 6,667억원 가량의 일감이 나왔다. 이는 중흥토건의 2016년 전체 매출보다 500억 많은 규모다. 공사 실적은 건설사의 시공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 최우선 대상으로 꼽힌다.

반면 중흥건설은 내부거래 규모가 줄면서 외형이 축소되고 있다. 정 사장의 부친인 정창선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중흥건설은 지난해 4,82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2년 연속 5,000억 매출 달성에 실패했다. 한때 70%를 넘던 내부거래 비중도 어느새 48%까지 감소했다. 시공능력평가와 함께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의 달라진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중흥그룹 관계자는 “외부에 드러난 여러 자료들을 놓고 보면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어 이를 경영승계와 연관시켜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특정 기업에 편중하지 않고 동등한 계열사로 보고 있다”면서 “내부거래는 적정 단가 수준에서 법의 테두리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어 특별히 문제가 될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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