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로 돌아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참으로 오묘하다. 카리스마를 뿜어내다가도 귀엽고, 천진난만하다가도 진지하다. 신비로우면서도 친근하고, 낯설면서도 편안하다. 배우 하정우는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참 ‘오묘한’ 사람이다.

2003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한 하정우는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2005), ‘히트’(2007),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2005), ‘구미호 가족’(2006), ‘두번째 사랑’(2007) 등에서 작은 역할을 거친 뒤 2008년 ‘추격자’에서 연쇄 살인범 역을 연기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멋진 하루’(2008), ‘국가대표’(2009), ‘황해’(2010), ‘러브 픽션’(2012), ‘범죄와의 전쟁’(2013), ‘베를린’(2013), ‘더 테러 라이브’(2013), ‘암살’(2015), ‘아가씨’(2016). ‘터널’(2016) 등을 통해 충무로 대표 배우로 성장했다.

하정우는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해오고 있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망나니 스키점프 선수, 평범한 자동차 영업사원, 엘리트 아나운서, 건달, 변호사 등 다양한 얼굴이 스크린 속 하정우 안에 있다.

◇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

막강한 흥행 파워도 자랑한다. ‘암살’(누적관객수 1,270만6,663명)로 ‘천만 배우’에 등극한 하정우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개봉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누적관객수 1,441만931명)과‘1987’(723만1,770명)이 나란히 흥행을 거두면서 연기력과 티켓 파워를 모두 갖추면서 대체불가 독보적인 배우가 됐다.

그리고 그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천만 영화’가 추가될 듯하다. 지난 1일 개봉한 ‘신과함께-인과 연’은 개봉 사흘째인 3일 30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신과함께-죄와 벌’보다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하정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과함께-인과 연’은 환생이 약속된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앞둔 저승 삼차사 강림(하정우 분), 해원맥(주지훈 분), 덕춘(김향기 분)이 그들의 천 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마동석 분)을 만나 이승과 저승, 과거를 넘나들며 잃어버린 비밀의 연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개봉을 앞두고 <시사위크>와 만난 하정우는 “희한한 기분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1부 때 긴장을 몰아서 다 한 것 같아요. 1부가 큰 사랑을 받았잖아요. 2부를 어떤 감정으로 기다리고 있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참 희한한 상황인 것 같아요. 1부가 잘 됐다고 해서 2부가 그만큼 보장된 것도 아니니까요. 부담도 있고요.”

극중 하정우는 저승 삼차사의 리더 강림 역을 맡아 1부보다 더 큰 활약을 펼쳐냈다. 저승 삼차사 중 홀로 기억을 간직한 강림의 고독과 수홍의 재판을 통해 더 큰 성장을 해나가는 강림의 모습에서 한층 깊어진 하정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메인 감정이 강림이었고 강림을 중심으로 다른 인물들이 리액션을 받고 앙상블을 이뤄내야 했어요. 강림의 감정이 영화를 관통해야 하는 데 있어서 그 양이 얼마큼일까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1부의 연기 톤이 2부까지 영향이 있는 거고 시작점은 천 년 전의 강림이었고요. 천 년 동안 삼차사와 여정을 보내는데 ‘이 사람이라면 어떻게 대할까, 덕춘과 해원맥은 기억이 없는데’ 그랬을 때 감독과 합의점을 이뤘던 것이 말수가 적고 자기 일만 하고 최대한 감정을 숨기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하정우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과함께’는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1,2부가 동시에 기획되고 촬영됐다. 또 우리나라 영화에서 보기 드문 판타지 장르라는 것도 위험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하정우가 ‘신과함께’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사람들과 흥미를 끄는 이야기였다.

“김용화 감독도 지분이 있죠. 결국 사람 때문에 하는 거거든요. 물론 나 때문에 하는 것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하게 되는 지분도 있고요. 또 이야기가 좋았죠. 영화나 애니메이션이나 겉옷만 다를 뿐이지 안에서 얘기하는 것은 다 보편적인 드라마거든요. ‘신과함께’도 판타지 공간을 빌려서 굉장히 진한 드라마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자체가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다른 거창한 것은 없어요. 사실 선택할 때 결과를 예측할 수 없잖아요. 리스크도 있었겠지만 장점이 훨씬 더 많은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롭잖아요. 영화적인 재미인 것 같아요.”

하정우의 선택은 옳았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기대 이상의 스코어를 거뒀고 ‘신과함께-인과 연’도 호평 속에 1부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스토리와 볼거리, 완성도 등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돼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하정우도 2부를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2부는 스토리가 좋아요. 드라마도 깊고 풍부하고, 결이 많죠. 이승에서의 성주신과 해원맥 그리고 덕춘, 저승에서 강림과 수홍의 이야기, 또 천 년 전 이야기까지 그 서사를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에 더해서 비주얼적인 모습들이요. 1부는 상대적으로 드라마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엄청난 매력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감정의 온도가 뜨거운 부분이 있죠. (김용화) 감독이 직접 살면서 느꼈던 감정이었기 때문에 진심이 분명히 통할 거라는 기대감을 가졌던 거죠. 진심을 받아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부는 처음부터 구성이나 이런 것들이 너무 잘돼있어서 1부의 진심만 통하면 2부는 충분히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 배우, 연출자, 제작자, 그리고 미술가

하정우는 영화에 출연할 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그는 2013년 코미디 영화 ‘롤러코스터’를 통해 감독 데뷔를 한 뒤 ‘허삼관’(2015)을 연출했다. 이병헌이 주연한 영화 ‘싱글라이더’(2017) 제작에도 참여했다. 또 직접 그린 그림을 통해 2010년부터 전시회를 열고 있는 화가이기도 하다.

“배우를 직업으로 두고 사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의 삶은 살아본 적이 없어서 어떤 마음과 시선, 또 어떤 통점을 갖고 살아가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제 자신을 데리고 살아봤을 때 그냥 열심히 실천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호기심이 들면,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확장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확장했을 때 실천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면 주저하지 않고 실천하거든요. 그런 부분이 어쩌면 예술적 감성을 유지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현재 하정우는 표갤러리에서 개인전 ‘하정우: 베케이션(VACATION)’을 개최 중이다. 지난 7월 11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진행된다. <이영실 기자>

현재 하정우는 표갤러리에서 개인전 ‘하정우: 베케이션(VACATION)’을 개최 중이다. 지난 7월 11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개인전은 하와이를 시작으로 로마, 나폴리, 시칠리아, 피렌체, 바르셀로나, 런던, LA까지 휴식을 취하며 흡수된 것을 표현했다. 여행 도중 머물렀던 곳에서 만난 인물들을 재현해내며, 그가 느꼈던 각 도시의 자유로움을 작품 안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하정우의 작품은 꾸밈없는 표정, 수식 없는 표현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사람에 대한 호감, 복합적인 감정 등을 색감으로 표현해 생명력을 발산시키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부분들을 자유롭게 쏟아낸다. 밝으면서도 어둡고, 따뜻하면서도 외로운, 유쾌하면서도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오묘한 느낌을 준다. 하정우처럼.

“(제 작품이)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우울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사실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도 참 궁금해요. 제 그림을 보고 누가 해석해주길 바라요. 그리고 나한테 얘기해줬으면 좋겠어요. 연기도 보고 나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말해주면 저도 그 부분을 다시 봐요. 그러면서 ‘아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 나는 그때 뭘 하고 있었지? 내 일상은 어땠지?’ 이런 것들을 되짚어보면서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시간이 걸리는 문제인 것 같아요. 그림이든, 영화든, 뭐든 조금 더 쌓이면 그때 가서 돌아보면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하정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연출도 준비 중이다. ‘허삼관’ 이후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연출도 계속하고 있어요. 현재 진행형이고요. 배우로서 영화 작업 스케줄이 빡빡한 것도 있었지만 두 작품을 찍고 나니 정말 내가 하고 싶고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거죠. 최근에 결정을 해서 지난해 12월부터 작업을 시작했어요. 3~4개월 정도 시나리오 회의를 했고요. 5월부터 작가가 초고를 쓰기 시작해서 이제 곧 나와요. 그 이야기가 끝까지 차올랐다고 느낄 때 촬영이 진행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방면에서 다재다능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하정우지만 모든 과정이 좋은 연기를 위한 배움의 시간이란다. 그는 역시 ‘천생 배우’다.

“공부라는 게 사실은 특별한 건 없죠. 그냥 좋은 영화를 만나고 좋은 영화를 끊임없이 찾는 거예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 있게 귀를 기울여 듣고 어떻게든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많이 챙겨 봐요.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어떤 것들을 고민하고, 어떤 것에 아파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죠.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내가 생각하고, 어떤 깨달음을 얻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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