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 외무상이 ARF 비공개 토론 포토타임 때 만나 짧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싱가포르에서 개최됐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지난 4일 폐막했다. 하지만 최대 관심사였던 미국과 북한 외교수장들의 양자회담은 이뤄지지 못했다. 마지막 행사였던 비공식 토론 행사 포토타임 때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리용호 북 외무상의 등을 몇 차례 두드리며 친밀감을 보여준 것 외에 관심을 끄는 내용은 없었다.

반전은 그 다음 일어났다. 성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가 리용호 외무상이 앉아있는 자리에 다가가더니 회색 봉투를 꺼내 건넨 것. 성김 대사는 과거 6자회담에 참여한 적이 있으며, 이번 싱가포르 북미회담의 실무협상을 맡은 대북관계 핵심 요인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봉투 속 내용물에 전 세계가 초미의 관심을 보였던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두 번째 친서를 수신했다는 사실을 밝힌 뒤, 자신도 친서를 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친서였다면 성김 대사 보다 폼페이오 장관이 전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점에서, 아닐 것이라는 반론이 있었다.

궁금증이 퍼지자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공개하면서 의문이 풀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ARF에서 리 외무상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으며 빠르고 정중한 대화를 나눴다”며 “미 대표단이 김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을 전달할 기회를 가졌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한 게 맞다는 의미다. 다만 친서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양측 최고 지도자의 친서교환으로 기대되는 것은 북미협상 돌파구 마련이다. 미국은 종전선언에 앞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종전선언과 동시적 이행’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이번 ARF를 계기로 북미 간 입장조율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결과적으로 입장차만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친서교환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로 ‘신뢰’를 보이면서 북미협상에 새 국면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ARF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폼페이오 장관은 5일(현지시각) “(리 외무상이) 비핵화에 대한 그들의 지속적인 약속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이 “조만간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으며, 리 외무상도 “공감한다”고 응한 것으로 미 국무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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